"이거 장난이 아닌데요."

회사원 레슬러 고영도(32.서울대 OB)가 엘리트선수의 높은 벽 앞에 무릎을 꿇었다.

18일 용인 삼성체육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 대표선발전 자유형 85㎏급 경기.

고영도는 예선 첫 판에서 전 국가대표 송세민(상무)을 맞아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매트에 들어섰다.

송세민에게는 "봐주지 말고 본때를 보여주되 다치지 않도록 신경써라"는 레슬링협회의 지시가 떨어졌다.

곧 1회전 버저가 울렸고 고영도는 "발목과 사이드 태클로 상대를 쓰러트려라"는김종암 코치의 작전지시를 떠올리며 송세민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예상대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은 30초만에 균형이 깨졌다.

고영도는 옆굴리기를 내준 뒤 소극적인 자세로 패시브를 당하는 등 불과 1분 사이에 8점을 빼앗겼다.

테크니컬폴패(10점차) 위기에 몰린 그는 `영패를 당할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1회전 종료 1분15초를 남기고 송세민의 왼쪽 발목을 잡아챘고 이때 상대가 움찔하는틈을 타 재빨리 빠져나오면서 허리를 잡아 1점을 땄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송세민은 자존심이 상한 듯 고영도를 번쩍 들어올린 뒤머리 뒤로 내리꽂아 5점을 얻었다. 스코어는 13-1로 상황 끝.

이날 방송사들의 밀착 취재에 시달리는 등 어느새 유명인사가 된 고씨는 "아무생각없이 싸웠는데 목표인 3분을 버티지 못해 아쉽다"면서 "송선수가 레슬링 저변확대를 위해 많이 봐준 것같다"며 머쓱해했다.

김종암 코치는 "상대가 대표급 선수라서 그런지 기량과 노련미차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후회없이 잘 싸웠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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