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 무대에 오른 창작무용극 <도라지 환상-님아! 당신이 임하실 때 도라지 한 송이로 반기리다>는 창작무용극이라는 말에서 주는 기대와 달리 몸짓과 무대·조명·의상 등의 불협화음이 여실히 드러난 무대였다.

예총 창원지부(지부장 박성희) 주최로 열린 <도라지 환상 …>은 일제침략 직전 한 여인(도라지꽃)이 한 남자를 만나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일제에 유린당한 여인은 큰 상흔만 안고 독립 후에도 사랑하는 남자 앞에 나서지 못하고 끝내 자결한다.

마지막 그의 한을 풀듯 하얀 한복을 곱게 입은 여인네들이 살풀이 한판을 벌이는 것으로 끝나는 이번 창작무용극은 춤사위보다는 연극적 요소가 짙어 스토리 전달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무용극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의상(특히 일본군복)이 노골적이어서 시각적 효과를 반감했다.

음악 역시 관객의 시선을 모으는데 역부족이었다. 창작무용극임에도 불구, <도라지>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등 익숙한 음악을 사용한 것은 관객들에게 친숙함을 주겠다는 의도겠지만 여기에는 창작무용극의 실험정신이 빠져 있었다. 음향 역시 금속성 파열음이 끊이지 않아 시종일관 귀에 거슬렸다.

공연 종반부의 여인 자결부분에서 무대가 갑자기 핏빛 조명으로 변하도록 만든 것은 무대의 황량함을 오히려 배가시켰다.

이런 전체적인 미흡함은 첫째장부터 시작됐다. 도입부는 ‘소녀들의 도라지 산천’이라는 밝은 무대로서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시련의 바람 등의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 무대에는 끊임없이 춤꾼들이 드나들었지만 세트 하나 없는 무대는 춤꾼들의 열기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춤꾼도 70명이나 된다지만 기량차이가 대조적이었고, 덩그라니 떠 있는 보름달만으로 작품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더욱 아쉬웠던 것은 리허설의 부족. 8장 ‘님아 당신이 임하실 때’의 광복의 기쁨을 표현하는 무대에서는 20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꽹과리·북 등 사물놀이의 신명나는 환희와 오색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어깨춤을 선보였으나 신명을 더하기 위해 보태어졌던 태평소 연주에서 마이크가 고장나 객석에까지 소리전달이 되지 않는 사태도 빚어졌다.

게다가 두번째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공연 중 한 무용수가 뒷걸음질치는 춤사위에서 넘어지기도 해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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