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불과 1주일 남겨두고 여·야가 어렵사리 절충 끝에 새해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예산 당쟁이 남긴 후유증은 크다. 새 회계연도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가 지금쯤 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해서 행정준비작업에 돌입해야 할 터이지만 손을 놓고 있었다. 중앙정부의 예산규모가 결정돼야 지방에 대한 국고보조금 범위가 확정되고 지방 자치단체가 운신할 수 있게 된다. 각 자치단체는 정부원안에 따라 새해예산 집행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국회가 삭감하는 정도에 따라 숫자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개발사업의 축소 내지는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같은 모든 작업들이 지금쯤은 완결돼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게 문제인 것이다. 예산안을 놓고 그걸 정당간의 힘겨루기 담보물로 여기고 있는 듯한 국회가 또한 더 문제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현 시국을 태평성대로 착각하고 있지 않다면 이처럼 천연스럽게 배짱놀이를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뜩이나 내년 경기가 더욱 어려워지리라는 어두운 전망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저들 잇속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



지난 16일 경남도의회가 도의 새해 예산안을 심의보류시킨 것은 사실상 그와같은 국회의 행태를 비난하는 배경을 담고 있었다. 물이 흐르지 않고 위에서 고여 있으니 지방의회로선 답답하고 갈증이 날 수 밖에 없다. 다른 광역의회가 가상의 예산안을 통과시켜 준 것과는 달리 경남도의회는 그럴 수 없다며 강력한 항의의 뜻을 국회로 쏘아보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항의의 뜻이라기보다 지방권의 표현으로 간주하고 있다. 지방을 감동시키지 못하는 중앙권은 별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충격을 받았는지 지난 22일에는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가 국회에 예산안을 조속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보냈다. 지방민들의 아우성을 국회의원들이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함양군의회가 해외 나들이를 하려다 반대여론을 받아들여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군의원들은 여론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정도가 무엇인지를 깨달은 것이라고 보아야 옳다. 국회도 마음을 비우고 민생과 민의를 먼저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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