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이후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고 대형 유통매장이 들어서면서 크기와 색깔 등 외형적으로 온전한 상품들이 상품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농산물을 상품화하는 데만 주력한 나머지 업자들이 인체에 해로운 농약을 지나치게 뿌리거나 표백제·보존제를 사용하는 등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함에 따라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땅바닥에 추락하기도 했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이제 옛말.

최근 소비자들은 빛깔이 곱고 먹음직스런 상품보다는 값이 비싸더라도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이나 ‘무농약’제품임을 따져보고 농산물을 구입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마산시 산호동에 사는 주부 김영숙(35)씨는 “예전에는 채소나 과일을 살 때 색깔이 선명하고 벌레 먹지 않은 깨끗한 제품을 골랐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벌레가 먹거나 못생기더라도 유기농 제품인지, 어느 농장에서 생산됐는지를 확인하고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내 대형 유통매장은 식품매장의 고급화·차별화 전략을 내세워 유기농·무농약 등 친환경 농산물 매장을 따로 꾸미는 등 고객들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우수 농산물 위주로 내놓고 있다.

마산대우백화점은 식품매장에 특설코너를 마련해 창원·진주를 비롯해 경기도 이천·여주 황토밭·제주 등 전국에서 재배되는 품질인증 상품과 친환경재배 실명판매 제품들을 한 곳에 모아 유기농·무농약·저농약 재배 등으로 분류해 총 58가지의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 마산점도 고급화 전략의 하나로 식품관을 리뉴얼해 현재 상추·깻잎·시금치 등 옥산농장에서 생산된 유기농 야채만 내놓고 있으며, 정육은 오는 5월께 신세계 직영목장에서 선진낙농기술을 도입해 키운 ‘명품’ 한우 제품만 선보일 예정이다.

대동백화점도 도내 하나환경·대호농장 등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야채를 내놓고 있으며 정육의 경우 최근 구제역 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음에도 불구, 1등급 한우로 브랜드화된 ‘남해 화전한우’만 판매해 하루 7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호황을 누렸다.

농협창원하나로클럽도 최근 매장 리뉴얼 공사과 함께 유기농법으로만 재배된 ‘친환경 야채코너’를 마련, 딸기·고추·오이 등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김해 대동·진영, 진주 대곡·금곡, 창원 대산 등 도내 농장들을 유치해 농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게 하나로클럽측의 설명.

농협창원하나로클럽 이윤부 장장은 “이제 농산물은 ‘가격’이 아니라 ‘품질’ 경쟁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특히 데치거나 삶지 않고 생으로 먹는 딸기·상추·오이 등을 위주로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기농산물만 배달 '팜 사이트'

‘유기농재배 농산물만 배달해 드립니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네티즌이 급증하면서 쌀이나 유기농·무농약 인증 마크가 찍힌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주문해 먹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농민을 비롯해 기업형·종합형 ‘팜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면서 체험여행, 제품가격 및 택배비 인하, 선물 증정 등 각종 이벤트를 마련해 입맛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농산물통합쇼핑몰 아피스(http://www.a-peace.com) = 오는 28일까지 고객평가·공동구매 참여고객중 추첨을 통해 3만원 상당의 버섯을 증정하는 이 사이트는 농림부 지원으로 제작된 농민 홈페이지와 쇼핑몰이 100여개에 이를 정도로 검색할 수 있는 정보도 다양하다.

이 팜 사이트에는 무비료·무농약·무제초·무경운(땅을 갈지 않고 재배) 등 자연농법을 이용해 키운 유기농 채소·과일·쌀 등을 선보이고 있으며, 주문시 해당농가에서 직접 택배해 준다(택배료 수신자 부담).

▶유기농닷컴(http://www.62nong.com) = 지난해 11월 문을 연 유기농산물 전문쇼핑몰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품질인증을 획득한 유기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을 판매한다.

경기 여주와 전남 보성 등에서 생산된 무농약쌀을 비롯해 팔당유기농본부 농민들이 재배한 유기농 채소 등 전국에서 생산된 무농약·저농약 유기재배 과일을 갖춰놓고 있다(주문 후 2일내 배달, 4만원 이상 택배비 무료). 최근에는 ‘우리콩 전통두부 만들기’·‘무농약 고추장 담기’ 등의 체험 여행을 실시하는 등 ‘팜 투어’를 벌이고 있다.

▶이팜(http://www.efarm.co.kr) =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법으로만 가꾼 농산물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북한강유기농업운동연합·팔당유기농운동본부 등 유기농 관련단체 및 전국 농가들과 계약재배한 농산물을 취급. 특히 ‘이팜 베스트 상품·품평’란을 마련해 칭찬·개선사항·주의점·응용요리법 등을 올리는 고객을 대상으로 선물을 증정, 이용고객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해 준다.

▶무공이네농장(http://www.mugonghae.com) = 개점 2주년을 맞는 이 사이트는 무공이네 일꾼 및 가족 등의 사진을 게재해 고객의 신뢰도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공동구매 코너를 열어 20만원 이상 함께 구입할 경우 현금결제에 한해 해당 가격의 10%를 할인해 주며 택배추적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3만원 이상 구입시 택배비 무료). 또 유기농 쌈모음을 비롯해 무공이네 특선으로 석이버섯·산수유·고사리 등 자연채취하거나 무농약 재배한 신선농산물 등을 선보이고 있다.

친환경 농업이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원리에 따라 땅에 유기질퇴비 및 가축의 분뇨를 이용해 땅을 기름지게 하고 물을 깨끗하게 하는 등 환경을 살리는 농사법으로 유기농법·자연농업·태평농업이 이에 속한다.

도내의 경우 산청 왕우렁이 시범단지(산청군 차황면 부리)에서 왕우렁이 및 오리농법으로 벼를 재배하고, 함안 법수 친환경농업단지(함안군 법수면 강주리)는 한방영양제와 천혜녹즙을 제조해 만든 발효퇴비로 미생물을 번식시켜 시설수박을 생산한다.

또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고추를 생산하는 창원 유기재배 풋고추 생산단지(창원시 대산면 우암리)와 톱밥·계분·골분·미생물제 등을 혼합 발효시킨 밑거름으로 상추·케일·들깻잎을 가꾸고 있는 고성 유기재배 채소생산단지(고성군 대가면 유흥리) 등이 있다.

▷유기농법 = 가축의 분뇨나 볏짚·풀 등을 이용해 유기질 퇴비를 만들어 땅에 영양을 공급하는 농법. 벼 재배의 경우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오리와 우렁이를 논에 키워 잡초를 제거하기도 한다.

▷자연농업 = 토착미생물을 채취·배양하고, 현미식초·천혜녹즙·흑설탕·한방영양제 등 다양한 영양분을 직접 만들어 식물을 키우는 등 미생물을 발효시켜 영양분을 공급하는 농법이다.

▷태평농업 = 마른 땅을 갈지 않고 볍씨를 뿌리거나 잡초를 뽑지 않고 퇴비도 주지 않는 게 특징. ‘태평하게 농사를 짓는다’란 말에서 나왔으며 농약 대신 거미·무당벌레·사마귀 등에 방제를 맡기는 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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