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해 국내 영화계는 일본대중문화 3차 개방에 따른 일본 영화의 공습이 본격화되고, 변함없이 블록버스터의 이름을 걸고 국내에 상륙한 다양한 할리우드 영화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의 자리를 확고히 다지는 발판을 마련했다.

다양한 장르로 르네상스 구가



◎국내 영화계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 돌풍,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의 한국영화 강세 등 새천년 한국영화의 시작은 무한한 가능성을 예고하며 확실한 도약의 기반을 다지는 등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하였다.



1999년 한국영화가 획일화된 장르에서 탈피해 코미디·하드고어 스릴러·SF 스릴러·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선보이는 노력은 올해도 계속돼 두 해 연거푸 30%대를 웃돈 한국영화 시장점유율과 올해 한국영화 제작편수가 60편에 육박해 그야말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대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한국영화의 선전에 불을 붙인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현재 최다 관객동원을 기록하고 있는 <쉬리>(서울관객 243만명)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공동경비구역 JSA>는 서울 관객수 235만명, 도내에서도 1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상영을 계속하고 있어 <쉬리>의 기록이 곧 깨질 처지에 놓여 있다.



이와 함께 올 한해 두드러진 것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붐이었다. <단적비연수> <리베라 메>가 4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했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싸이렌>도 3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자리를 잡으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항,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물량공세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줄거리로 민족적 공감대를 이끌어 낸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에 미치지 못한 것을 보면 ‘할리우드 콤플렉스’에 빠져 무조건 거대 자본만 투자해서는 될 것이 아니라는 새천년 한국영화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국내 한국영화의 성장은 해외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거짓말>이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된데 힘입어 올해는 유독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호평을 받은 것이 두드러진 성과이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칸 영화제 본선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을 비롯, <박하사탕> <해피엔드> <섬> <오! 수정> 등이 외국 유수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되었다.



이런 틈을 타고 영화잡지 창간의 붐이 인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한겨레 신문사의 영화주간지인 <씨네 21>이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영화웹진을 모태로 지난 9월 영화배우 조용원이 <시네버스>를 선보인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이 창간호를 냈다. 이어 내년에는 강제규 필름이 영화잡지를 창간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등 갈수록 위상이 높아지는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영화 정보 욕구를 채워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8일 미국측의 스크린쿼터 축소·폐지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크린 쿼터는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스크린 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제) 현행유지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향후 스크린쿼터 투쟁에 희망의 메시지를 주어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한국영화가 보다 안정된 상황에 진입할 전망이다.



JSA 열풍,도내도 예외 아니다



◎도내 최고의 흥행작은·



올 한해 도내 최고의 흥행영화는 역시 <공동경비구역 JSA>였다.



판문점 총격 사건을 다뤄 분단의 아픔을 훈훈한 휴먼드라마로 이끌어 낸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감독)은 올 한해동안 약 14만명(마산연흥극장·창원씨네마 집계)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국 집계(235만명)와 같이 도내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뒤를 잇는 것은 약 11만4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미션 임파서블2>(마산태화극장 1·2관, 마산 동아극장, 창원씨네마 집계)이고, 러셀 크로 주연의 <글래디에이터>와 신인 김정권 감독의 <동감>이 그 뒤를 이었다.

거대 자본 바탕의 적자생존



◎도내 극장가



올 한해 도내 극장가는 극장지도를 새로 그려야 할만큼 변화무쌍한 한 해였다.



마산 제네바 극장과 마산 신태양 극장이 문을 닫았고, 지난해 마산 중앙극장을 인수한 연흥극장(마산시 합포구 부림동)도 6월 3일 원래 나이트클럽이었던 3관 2층 건물에 4관을 지어 복합 5개관으로, 강남극장(마산시 합포구 부림동) 역시 지난 1일 2개관으로 재탄생하는 등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서비스에 내실을 기하지 못한 극장은 하나 둘 막을 내리는 실정이었다.



특히 내년 12월 롯데백화점 창원점의 개관과 동시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200좌석을 넘지 않는 5개 상영관 개관을 앞두고 있어 내년 도내 극장가는 몸집만 큰 대형극장은 서서히 사라지고 질적으로 향상된 소형극장으로 모습을 달리할 예정이며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적자생존’의 원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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