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대방 신월동 학구조정 난항



창원시교육청이 내년 초등학교 학구조정을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교육청의 학구조정 계획에 해당 학교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학구란 교육 행정상의 필요로 아동이 취학할 학교를 인위적으로 지정하여 갈라놓은 구역단위를 말한다.



교육부가 내년도 시지역 초등학교 학급당 인원을 44명에서 39명으로 줄이도록 하면서 각 지역교육청마다 내년 1월까지 이를 마무리하기 위해 학구 조정에 착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마찰을 빚고 있는 곳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창원 대방동과 신월동.



이 일대 남산초등학교와 상남초등학교는 대표적인 과밀학급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창원시교육청은 내년에 대암초등학교와 신월초등학교를 신설, 각각 3월과 9월에 개교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자녀를 ‘좀더 가깝고 좋은 시설을 갖춘 학교에 보내겠다’는 학부모들과 ‘과밀학급을 해소하기 위해 각 학교별 학생을 분산 배캄하려는 교육청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교육청은 오는 26일 학구조정안을 행정 예고할 방침이다.



△민원1:안남초교 반대하는 학부모



지난 22일 오전 창원교육청 앞에서 학구조정안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항의농성이 벌어졌다. 이날 참가한 학부모들은 대방동 개나리4차 아파트 주민들.



이들은 “가까운 남산초등학교를 두고 먼 안남초교로 갈 수 없다”며 “주민의견 수렴 과정도 없는 줄긋기 식의 탁상행정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시교육청은 남산초교의 과밀학급을 해소하기 위해 인근 대방동에 신설된 대암초교로의 학생 분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남산초교의 학생 600여명과 안남초교 300여명을 집단 전학시킬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개나리4차 아파트 일부 동을 신설되는 안남초교 학구로 재조정할 계획인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개나리4차 아파트 주민들은 안남초교로 전학하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나리4차 아파트 입주자들은 21일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교육청의 행정 편의적인 학구조정안’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통학거리가 멀어진다는 점이다.



아파트에서 남산초교까지는 300m 정도지만, 안남초교는 두배 정도의 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또 8차로 도로를 지나야 하는 데 교통사고의 위험이 따르고 이 가운데 설치된 지하도 역시 아이들을 안심하고 보낼 수 없는 걸림돌이라는 주장이다.



학부모 대표 윤용주씨는 “학부모가 원하지 않는 학구조정을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은 무리이며 안남초의 빈 교실을 메우기 위한 숫자 맞추기식 학구조정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행정구역상으로도 남양동과 대방동이 구분되어 있는데 남양동 학생들을 대방동에 있는 학교로 보내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이렇다보니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전학보내지 않으려고 주소지를 옮겨 위장전입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이와 관련, 통학거리의 형평성을 위해 세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개나리 3차아파트가 대방초교로, 개나리 1차아파트는 안남초교로, 개나리 4차아파트는 남산초교로 학구를 나누자는 것이다. 둘째 현재 대방초교 학구로 되어 있는 개나리 1차아파트가 안남초교로 가면 개나리 4차아파트는 대방초교로 가겠다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아예 이 지역을 공동학구제로 해서 학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남산초교의 과밀학급으로 인해 대방초교와 안남초교를 공동학구로 해서 개나리4차아파트의 일부 학생들이 두 학교에 입학하기도 했다.



윤 대표는 “만약 26일 행정고시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을 때는 주민회의를 거쳐 집단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원2: 상남초교로 갈 수 없다



이같이 대규모 아파트단지 내 학구조정에 반대하는 학부모의 목소리는 내년 9월 초 개교하는 신월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이 인근지역에 있는 웅남초교와 상남초교·동산초교가 모두 대규모 학급에 학급당 인원수도 40명이 넘는 과밀학교이다.



특히 웅남초교는 68학급에 전교생이 3045명으로 학급당 45명정도가 콩나물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신월초교의 개교에 따라 학구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에서 교육청은 상남초교 학생 일부를 신월초등학교로, 웅남초등학교 학생일부를 상남초등학교로 이동시키는 학구조정안을 마련했다.



이 안에 따르면 대동아파트 전체를 상남초등학교학구로, 성원 1·3단지를 웅남초등학교학구로, 은아그랜드·신월주공아파트를 신월초등학교 학구로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가 웅남초등학교에 다니는 대동아파트 주민들은 상남초등학교가 비좁고 시설이 낙후됐다며 학구조정을 반대하고 있고, 특히 웅남초교 바로 옆에 있는 116동 주민들의 경우 “학교를 코앞에 두고 상남초교까지 가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 교육청 입장



교육청 관계자는 “대동아파트 116동 인근지역에서 상남초등학교까지의 거리는 400~450m로 학생들이 걸어서 통학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원 1단지에 사는 학생들이 상남초교로 등교한다면 번잡한 상가를 지나야 하는데다 지하도 시설도 좋지 않아 통학로의 교육적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웅남초교 학구로 정할 수 밖에 없다”며 “상남초등학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학부모들의 특정학교 기피 현상을 해소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학구조정으로 인한 집단민원과 관련해 시교육청 박우상 관리과장은 “교육부 7차 교육과정의 핵심은 국가와 정부 주도의 교육과정에서 학부모와 교사·지역민이 주체가 되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수준별 교육을 위해 학급수와 학급당 인원이 적정하게 배치돼야 하기 때문에 학구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한, “학생들이 전학하는 비율을 최소화하고 다른 교육적 요인과 주민들의 의견을 검토해 학구조정을 할 것”이라며 “학구조정에 상관없이 5·6학년 학생들은 다니던 학교에서 졸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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