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도내에서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고 한다. 이는 흔히 시중의 저금리로 인하여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기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전세난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간단하게 보아 넘기기 어렵다.

현 정부가 IMF의 위기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금융시장개방과 경제자유화조치를 최우선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관리정책이 철저히 서구적인 잣대로만 채워지면서 한국적인 현실은 무시되는데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부문에 대한 투자가 감소할 때 시중 여유자금은 과잉화 되고 시중금리는 자연히 내려간다. 그리고 이 저금리가 은행간의 경쟁으로 더욱 심화된다고 하더라도 여유자금이 이동할 여지는 남아 있다. 즉, 저금리는 주식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식시장과 금리정책으로 통화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서구 국가들에게 시장개입은 경제에 쓸데없는 주름살 만들기라는 주장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런 금융 통화정책은 철저히 서구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우리의 경우 저금리가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불안정한 주식시장은 여유자금을 흡수하는 창구로서가 아니라 투기시장화 하는 문제를 잘 보여준다. 주식시장과 금리정책만으로 이루어지는 시장조절기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주택에 부여하는 의미가 우리나라의 서민과 서구인들은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주택을 임대의 대상으로 사고하는 서구인들과 달리 우리의 서민들은 인생의 개인적 재산으로서 보는 가치관의 차이가 있다. 바로 임대주택의 증가를 서구 사회의 발전과 동일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경제의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건설경기의 극심한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우리나라 서민들이 가지는 내집마련에 대한 소박한 희망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이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저금리정책이 선호되지만 우리의 경우 이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넘겨진다는 데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놓여 있다.

가중되는 물가고로 인해 서민경제에 주름살이 깊게 드리워져 있는 가운데 전세의 월세전환은 바로 서민생활의 궁핍으로 이어져 소비의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바로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한 정부의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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