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화가 아파트로 바뀌고 좁은 도시생활에서 아이들이 뛰놀 공간이 없는데 학교마저 체육교육을 마다하고 있다. 내년부터 7차 교육과정이 중학교 3학년에게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체육시간이 1주일에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중학교에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오는 2002년부터는 고교 2·3년생의 체육은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전환된다. 즉 체육수업 대신 체육·음악·미술 가운데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 중 한 과목을 2시간 이상 이수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그동안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했던 체육수업 2시간(1주일)도 채 보장받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1교 1교기 운동’이라는 국적도 없는 선수 키우는 체육교육정책이 수십년이 넘었는데 문제의식조차 갖지 않은 교육부는 무엇하는 곳입니까· 배구·축구·야구…. 1년에 적게는 2000만~3000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이 들어가는 선수 키우기 체육교육, 소위 엘리트 체육교육은 전교생이 이용할 강당이나 운동장을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체육발전성금’까지 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일년 내내 수업이라고는 한 시간도 아니하고 심지어 담임 이름도 모르는 문맹자로 키우는 엘리트 체육교육을…. 학부모에게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심어 놓고 아이들을 문맹자로 만드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는 엘리트 체육교육!”

교육부의 홈페이지에 어떤 학부모가 올린 ‘엘리트 체육 교육! 즉각 중단하라’는 글이다.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전에도 학교에는 교육과정이 바라는 체육교육은 없었다. 입시과목이 아닌 체육과목은 배울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입시위주의 교육풍토에서는 교육과정이란 선언적으로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일류대학의 전형계획이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이 되는 것이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학부모의 주장에서 보듯 우리나라 체육교육은 한계상황에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체육전담교사가 체육을 담당하고 있지만 체육전담 교사 1명당 학생수가 무려 1387명 꼴이다. 자연히 담임교사들이 체육도 가르친다. 제대로 체육 수업이 진행될 리가 없다.

비가 오는 날이면 교실에서 체육 이론수업을 해야 하지만 실내 체육관이 없다 보니 비가 오면 자습으로 때운다. 비 오는 날만 문제가 아니다. 배수가 안되어 비 온 뒤 최소한 이틀 정도는 운동장이 질척거려 실외 체육 수업이 불가능하다.

보다 심각한 것은 학교가 1교 1교기 운동이라는 체육교육으로 ‘대중체육교육을 포기’하고 있다는데 있다. 전국의 초·중·고교 운동부는 1만2800여 개에 이르며 학생 선수는 11만1000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수업을 빠지면서 운동을 한다.

운동부가 있는 학교에서는 체육 예산 대부분을 시설 확충보다는 운동부 운영에 쓰고 있으며 일반 학생들은 대부분 시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운동장을 비롯한 체육시설까지 뺏기면서 연간 몇 만원의 체육진흥회비까지 내야 한다. 엘리트 체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전국 모든 초등학교의 공식적인 체육예산은 거짓말같이 한푼도 없다. 중·고교는 학교당 300만원 정도다. 20년 전과 똑같은 수준이다.”

‘1교 1교기 운동’이라는 엘리트 체육교육은 중단해야 한다. 체육선수만 키우는 엘리트 체육교육은 국민건강을 외면하는 반 체육교육정책이다. 아이들의 체격에 비해 체력은 해마다 떨어지는데 체육시설도 예산도 없이 체육교육을 할 수는 없다.

엘리트를 키우는 체육은 체육고등학교와 같은 목적학교에 맡기고 학교는 학교체육의 근본정신을 살려 대중체육으로 바꿔야 한다.

‘자신의 건강은 자신이 책임질 일’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체육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인적자원부가 할 일이 아니다. 선수를 키우는 엘리트체육교육은 중단해야 한다. 일류대학에 입학하고 건강을 잃으면 어떻게 학문을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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