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혁명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없는 것일까.

15일 오후 사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사천시장 재선거를 위한 합동유세장에는 60~70년대 시절의 고무신·막걸리 선거와는 달랐지만 그 때의 선거행태를 느끼게 했다.

선거유세장 입구의 즐비한 음식점들, 틀에 박힌 후보자들의 연설내용, 자신의 지지후보 외에는 박수도 치지 않는 동원된 유권자들, 지지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마자 썰물처럼 빠져 나간 합동유세장은 우리나라 선거문화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이날 각 후보들의 연설내용은 정책제시나 사천시 발전을 위한 대안제시보다는 자신의 치적이 먼저였고 나중은 타 후보의 비방이었다.

여기에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다른 후보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연설내용이나 인물 됨됨이를 비교.분석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여기에다 준비된 원고만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후보, 상대후보의 질의에도 아랑곳없이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후보, 정책제시나 공약보다 인기성 발언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후보 등으로 인해 재미없는 선거유세장을 만들었다.

그나마 새천년을 맞아 바뀐 유세장의 모습이라곤 단 하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통역이 그나마 눈에 띄었다. 장애인 협회에서 나온 수화통역자가 변하지 않는 우리의 선거문화에 일말의 희망을 보여준 것이었다.

또한 선관위측의 요청이 있었겠지만 연설이 끝난 후보들이 자리를 끝까지 지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들 후보자들도 역시 타 후보의 연설에 귀기울기 보다는 어쩔 수 없어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후보자들의 뒤쪽에서 연설내용을 듣고 있던 김모씨(42, 사천시 용현면)는 “후보자라는 사람들이 원고를 읽는 앵무새로만 보였다”면서 “6명의 후보자 전원이 원고가 바람에 날려갈까 조바심을 내는 모습이 생생했다”고 말했다.

12만 시민의 심부름꾼을 뽑는 사천시장 재선거 유세장의 모습에서 사천의 희망찬 미래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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