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보혁갈등의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내 중진들의 `세 확보'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이회창 총재는 13일 오전 최병렬 부총재와 비공개 단독 면담을 갖는 등 연일 당내결속에 나서고 있지만 중진들간에 내연하는 갈등의 불씨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문제는 최근 개헌 논의와 국가보안법 처리 여부를 놓고 표면화되기 시작한 당내갈등이 보혁 차원 뿐만 아니라 보수와 개혁파 내부로까지 파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당내 주류에 속하는 보수파의 경우 최병렬·하순봉·양정규 부총재간에 `2인자 다툼'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 자칫 심각한 내부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익보수를 자처하는 김용갑 의원이 발의하고 최병렬 부총재가 주도한 지난 10일 `보수파 중진모임'이 무산된 것은 개혁파의 반발도 요인이지만 하순봉·양정규 부총재의 `잘못된 보고'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최 의원측은 판단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이 총재에게 “당내 분란을 야기하는 모임”이라는 취지로 보고함으로써 이 총재가 신경식 의원 등을 통해 모임을 적극 만류하게 됐다는 것.

`중진모임 추진파'들은 최근 사석에서 하 부총재 등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극히 사적인 자리에서 “총재가 정권을 잡으면 우리의 앞날도 불안해지는 것 아니냐”고 했던 일부 발언들이 왜곡돼 전달됐다는 주장이다.

실제 최병렬 부총재는 이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그날 모임이 불순한 뜻을 가진 것처럼 총재에게 보고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는 `역적'”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반면 `반 최병렬' 보수파들은 “10일 중진모임이 이 총재를 위한 것이기 보다는 최 의원 개인을 위한 모임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TK(대구·경북) 지역의 `맹주'를 둘러싼 강재섭·박근혜 부총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도 이런 분위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


박 부총재가 13일 낮 상도동으로 김영삼 전대통령을 찾아가고, 강 부총재가 오는 19일께 대구에서 전두환 전대통령과 회동할 계획인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들이다.


강 부총재는 이 총재의 신뢰도 면에서, 박 부총재는 선친인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향수에 힘입은 국민 지지도 면에서 각각 비교우위에 있어 향후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부영 부총재와 김덕룡·손학규 의원 등 개혁파 중진들도 최근 개헌 및 정계개편, 국가보안법 개정, 이 총재의 당운영 방식 등을 놓고 미묘한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다.

김 의원측은 나머지 두사람이 개헌문제와 관련해 “당당하던 기세가 이 총재의 압력때문에 많이 꺾였다”며 서운한 감정을 표출, 이들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도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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