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속에 들어선 닭들이 톱니바퀴가 돌 때마다 알을 하나씩 낳는, 흡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떠올리게 할때쯤 영화는 칠흑같은 밤, 황량한 벌판을 넘어 아우슈비츠처럼 친친 감아 올린 철창위를 지나 한 닭의 처절한 탈출기를 보여준다.



숟가락으로 땅을 파고, 사람 분장을 하고 철창을 나가 보기도 하지만 이들의 거룩한 자유 찾기는 매번 실패로 끝난다.



조그마한 일에도 호들갑스럽게 부산을 떨고 “매일 알만 낳아주면 되잖아·”하고 체념적인 태도를 보이는 뒤뚱뒤뚱 거리는 닭들에게 자유를, 광활한 대지를 일깨워주는 빠삐용 닭은 영계 진저. 이들의 탈출은 트위디 농장에 치킨파이 기계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데….



영국의 클레이 애니메이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는 3년여간의 지루하고도 고된 노동을 통해 1초에 24회를 움직여 진흙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초콜릿으로 몸뚱어리를 만들고 치즈로 부리를 만든 듯 사랑스럽기만한 색색깔의 닭들의 정교한 움직임은 이것이 과연 점토인형인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안경을 치켜 뜨며 잘난 척하는 번티, 뜨개질 바늘을 놓치 않는 뱁스 등 각 닭들은 생명력에 독특한 캐릭터까지 부여받아 재미를 더한다. 특히 자신을 고독하고 자유로운 방랑자라고 소개하며 “자유에 밑줄 쫙 그으라”고 말하는 양키닭 록키는 트위디 농장의 절체절명 위기에도 춤으로 고통을 잊으라는 등 닭에서 미국닭과 영국닭의 경계를 짓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치킨 런>의 매력은 단순히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부산스럽고 신기한 움직임만이 아니다. 파이기계 속에 들어가 진저와 록키가 벌이는 숨막히는 사투라든지, 하늘을 날아가기까지의 우여곡절은 가슴을 졸이게 해 드라마에 멜로·스릴러적 요소까지 빼놓치 않았다.



하지만 전작 <월레스와 그로밋>에서 로켓이라든지 전자바지를 입고 벌이는 소동을 벌이는 등 기발한 무엇인가를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단지 자유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닭들의 탈출기는 조금 밋밋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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