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VS 아널드 슈워제네거.’



한국 영화계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박중훈과 할리우드 대표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맞붙는다. 여기에 한국의 대표적 영화사 시네마 서비스와 할리우드 영화사의 자존심 콜럼비아 트라이스타가 각각 <불후의 명작>과 <6번째 날> 제작을 맡아 이번 주 극장가는 한미 대결구도가 뚜렷하다.



<불후의 명작>은 할리우드에서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드는 우리 정서 특유의 복고에 기댄 소박하고 잔잔한 그러면서도 웃음이 묻어나는 우리 영화고, 복제인간을 소재로 먼 미래 이야기를 담은 <6번째 날>은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SF 액션 스릴러.



신인 심광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불후의 명작>은 잊혀 가는 것들을 붙잡아 두는 영화다.



코믹배우에서 소탈한 청년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보인 박중훈은 이번 영화에서 미국유학을 다녀온 영화감독 인기역. 언젠가는 불후의 명작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지만 지금은 현실때문에 에로 영화를 만드는 포르노 감독이다. 그에게 사랑을 느끼는 대필작가 여경, 이들이 서로에게 이끌리면서 벌어지는 잔잔한 삶의 이야기가 영화를 이끌어간다.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가 잔잔히 울려 퍼지고 서커스단의 부활을 꿈꾸는 인기의 눈물나는 노력이 펼쳐지면 기억도 아련한 향수가 떠오르고, <박아사탕> <마님사정 볼 것 없다>는 패러디 영화를 찍어낼 때는 적당한 웃음도 자아낸다. 밝고 명랑하지만 결코 웃기지 않는 인기 역으로 변신을 시도한 박중훈이 얼마나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까가 관건. 충무로 진출은 세번째이지만 송윤아의 정식 데뷔작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는 만큼 송윤아의 영화배우로서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이에 반해 천지창조의 6번째 날에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성경에서 따온 <6번째 날>은 건장한 근육질의 아널드만의 색채가 두드러진다.



먼 미래, 첨단과학의 힘은 인간복제를 가능하게 하고 이런 세상에서 아담(아널드 슈워제네거)은 레이저 면도기 보다는 수동면도기를 좋아하는 보수적인 가장이다. 자신의 생일날 집에 돌아온 아담은 자신과 똑같은 또다른 아담이 자신의 가족들과 생일파티를 하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란다. 인간복제가 일어난 것이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홀로 맞서는 아담. 그러나 영화는 아담의 인간적 고뇌나 첨단과학 앞에 무능력한 인간의 모습보다는 여전히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 영웅적 모습을 감추지 않는 아널드표 화려한 액션이 주류를 이룬다.



박중훈의 변신이 관객의 호응을 얻을 것이냐, 건장한 체구를 자랑하는 아널드의 변하지 않은 액션연기가 호응을 얻을 것이냐로, 혹은 무인자동차가 판치는 먼 미래냐, 자전거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었던 우리만의 추억이냐로 올 겨울 극장가는 세월을 거스르며 뜨겁게 달아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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