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심장부와 다름없는 함양군 마천면 엄천강이 녹조류와 백화현상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이다. 녹조대가 형성되는 것은 질산류가 많음을 뜻하고 백화현상은 인 성분이 정도 이상으로 오염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가장 깨끗해야 될 지리산 계곡물이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을 만큼 더러워지고 있는데 대해 당국이나 시민들이 예사롭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엄천강은 함양에서 남원으로 가는 마천 지리산 관통도로변을 따라 흘러내리다가 산청 경호강과 합류하고 이 물이 곧장 남강으로 유입된다. 그 강의 중간쯤에 위치한 유명한 남원의 실상사를 경계점으로 해서 위쪽은 전북, 아래쪽이 경남이다. 위쪽, 즉 남원 관내 지리산 계곡 수개소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남강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데 그곳 최상류의 물이 썩어 있는 셈이니 발을 동동 굴러도 원망이 풀어지지 않을 일이다.

원흉은 양축장과 채석장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지리산 일주도로변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음식점·숙박시설 등이 한 몫을 하고 있으리라는 추정이 간다. 갈수기인데다 봄 가뭄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자정력이 약화됐음직하다. 그러나 배출시설이 안돼있거나 있어도 제대로 가동을 안하는 것이 분명하다. 최상류에서부터 오염된 물이 강을 따라 이동하다가 경남권역에 당도하면서 녹조대나 백화현상으로 천착하고 있는 것이다. 그같은 흐름이 반복되고 있으니 하류쪽 강물이 온전할 리 없다. 또한 천혜의 지리산 풍광이 병들게 뻔하다.

그렇게 되기까지 당국은 뭘했나. 수질책임기관인 낙동강 환경관리청은 관할 타령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북쪽 수질은 전주지방환경청 관할이어서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는 변명인 듯하다. 그러나 말이 아니다. 관할은 서로간에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을 때 엄격히 구분된다. 이 경우처럼 상류행위가 직접적으로 하류에 피해를 끼치게 되면 동종 국가기관끼리 업무협의가 불가피하고 서로간에 협력을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처지로 바뀐다. 극히 간단한 상식인데 웬 변명인가.

환경파괴 때문에 댐 건설까지 좌절되다시피 한 지리산이다. 다른 곳이 다 오염돼도 지리산 만은 살려야 하겠다는 간절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마당에 정작 뒷구멍에선 끊임없는 가혹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반면 담당기관은 팔짱을 끼고 있는 꼴이다. 자치단체가 나서 원인 조사를 벌였기에 그나마 중증실태라도 알게 된 것이다. 죽음의 계곡이 되기 전에 근원을 발본색원하는 각오로 대책활동에 전념해 줄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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