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오후 나절이면 어김없이 집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갈마산(가포뒷산)을 아파트 숲을 헤쳐 오르고 있습니다.

산을 오르는 동안 내내 눈앞에 드러나 보이는 마산의 전체적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파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벚꽃이 한창인 돝섬의 모습과 바다 곳곳에 떠 있는 크고 작은 배, 산마다 지천으로 핀 진달래꽃이 봄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한국철강 뒤 조그마한 산을 수놓고 있는 복숭아꽃을 보면 저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지기도 합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무학(두척)산과 어우러진 마산(합포)만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천혜의 아름다운 조건을 갖춘 도시가 또 있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10일은 다른 감정이 생겼습니다. 이른 아침 마산YMCA에서 개최한 아침논단 ‘마산만 매립의 실상과 허상’을 들으며 마산만 매립으로 바다를 가까이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삭막함이 밀려옵니다.

마산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수입을 증대한다는 명분으로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여 41만평을 또 매립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매립한 곳을 배후도시 등 부대사업지구로 조성한다고 하니 과연 우리에게 돌아올 정신적 이익은 무엇일까요.

자꾸만 우리의 숨결 속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마산만을 되살릴 방법은 진정 없단 말입니까?

합포만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외면한 채 바쁘게들 살아가는 마산의 시민들이여!

어린시절 아침햇살에 빛나는 금빛물결을 보고 마음의 꿈을 키웠었고, 휘영청 둥근 달빛이 바다에 비추어져 환한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기억이었습니다.

도시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어릴 적 꿈에는 어떤 고향의 그림을 그려 넣어 줄 수 있을까요.

환경파괴, 인간성을 잃어버린 발달된 도시의 모습 속에서 자라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내 마음의 호수 같은 합포만을 더 이상 매립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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