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탈락하자 '추풍낙엽'


지난달 13일 김인규 전 시장의 구속으로 공석이 된 마산시장 자리를 놓고 출마를 선언했던 5~6명의 입후보 예정자들이 인물이나 정책대결이 아닌 오로지 ‘한나라당 공천’ 또는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눈치보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후보들은 줄마선언과 불출마를 개인적인 입지에 따라 너무 쉽게 번복하는 모습을 보여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민들은 후보자들이 시민들을 의식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실익에 따라 말바꾸기를 한다며 비난했다.

당초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던 김상문·김상헌·김영길·김오영·윤봉현·황철곤씨 등 6명의 인사중 황철곤 후보가 최종 한나라당의 낙점을 받자, 일부 인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불출마를 선언했다가도 출마 선언을 번복하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연출했다.

지난 7일 공식적인 출마 포기 선언을 한 김상문 전 마산부시장은 10일 김상헌 전 회원구청장의 불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오후 9시께 출마를 다시 선언했다. 이날 김 전 부시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강한 어조로 “마산시민의 진정한 심부름꾼이 누구인지 반드시 심판받겠다”며 참모들을 불러들이는 등 조직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김 전 부시장은 이날 밤 늦게까지도 재출마를 공식화했고 기자들과의 취재과정에서도 확실한 출마의사를 밝혔으며 참모들과 새벽까지 선거운동을 놓고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1일 오전 7시 김 전 부시장은 돌연 측근들에게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잠적했다. 이같은 김 전 부시장의 갑작스런 심경 변화에 대해 주변에서는 갖가지 억측이 나오고 있다.

김 전 부시장측 관계자는 “다시 출마를 한다기에 새벽까지 조직을 재정비하고 홍보물을 챙겼는데, 하루도 안가 마음이 변하니 허탈하기 짝이 없다”며 “공무원 출신이라 그런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김 후보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김상헌 전 회원구청장의 경우에도 황철곤 전 창원군수의 공천 소식이 전해지자 유일하게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가 후보등록일인 10일 오후 1시께 돌연 출마 포기를 선언해 주변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김 전 구청장은 지난 7일 “한나라당 공천은 밀실야합 공천으로 부당하다”며 마치 무소속 단일후보로 자신이 추대된 것처럼 밝혔으나, 10일에는 “선거로 인한 흑색비방과 지역정서의 분열 등을 우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출마를 포기한다”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또다른 공천 탈락자인 시의회 김오영·윤봉현 의원 역시 눈치보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면키는 어렵게 됐다.

김오영 의원은 최종 공천에서 탈락한 뒤 지난 6일 김상헌 전 회원구청장과 후보 단일화를 위해 만남을 갖는 등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 최종 불출마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10일 오후에는 자신이 직접 김상문 전 부시장 사무실에 들러 김 전 부시장의 출마를 종용하는 등 끝까지 선거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봉현 의원의 경우에도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김호일 의원의 선거공판 때마다 얼굴을 내미는 등 ‘눈도장찍기’에만 급급했다.

이와 함께 자천타천으로 출마가 거론되던 시의회 김종대 의원 역시 10일 김상헌 전 구청장의 불출마 소식이 전해지는 등 기존의 입후보 예정자들의 불출마가 잇따르자 홍보물 제작을 맡기는 등 출마 준비를 서둘렀으나 11일 급히 홍보물 제작을 취소하는 등 소동을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이 오는 26일 치러지는 마산시장 보궐선거를 놓고 5~6명의 입후보 예정자들의 행보는 마산시민들을 위한 정책대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이해득실만 따진 게 아니냐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이같은 인사들의 ‘눈치보기’ 행태는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 최악의 투표율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들은 이번 마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들의 행태에 대해 "신념도 의지도 없는 인사들이 요행만 바라고 자신들을 내세워 시민들을 우롱했다" 며 " 후보 입후보 과정에서부터 시민들에게 철처하게 사전 검증을 받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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