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유혹이 또 다른 강박이 되어간다’(고강박), ‘어떤 날은 가스 불을 안 끄고 나왔다는 생각 때문에 수업 중에 집으로 달려간 적도 있어요’(나그네), ‘전 쓸데없는 생각만 하다가 죽어버릴 것 같아요’(자유),‘숫자 미신에 사로잡혀 있어 무슨 일이든 수적개념으로 생각하고 행한다’(고민좀).



어느 강박증사이트에 올려진 사연들이다. 이들은 모두 강박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며 심한 경우 죽음까지 생각한다.



강박증이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생각과 행동에 반복적으로 괴로움을 당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저항하면 할수록 더욱 불안해 지는 노이로제 증후이다.



이같은 강박증을 갖게 되는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삼성병원 김형태 신경정신과장은 경기 침체·사회의 불안·자신에 대한 불안 등 주변환경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하지만 뇌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량과 관련해 사람의 체질에 따라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뇌 질환이다. 스트레스가 원인은 아니지만 강박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은 된다.



강박증을 갖고 있는 일반인도 일생동안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으며, 수치심·스스로의 책망 등으로 숨겨, 밖으로 표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환자 수는 산출할 수 없다.



김 과장은 “강박증은 분명 뇌 질환으로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은 필수적이다”면서 “정확한 진단 및 적절한 평가와 치료계획을 세워 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박증은 흔히 문단속에 대한 반복확인, 과도한 손씻기,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 등이 있다. 일반인들도 이런 경험을 했겠지만 강박증 환자의 경우는 그 빈도나 횟수가 수십·수백회, 몇 개월 이상 지속되는 아주 미칠 것 같은 괴로움을 당한다.



그러면서‘왜 내가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지, 이젠 그만 씻고 싶다. 죽고 싶다. 내가 미치지나 않을까’라며 괴로워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이 원하지 않게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강박적 사고, 반복적인 행동을 강박적 행동이라 한다. 약 70%의 강박증 환자는 강박적 사고와 행동 모두를 가진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에서 잭 니콜슨(멜빈 유달 역)이 보여준 행동들이 일반적인 강박증 증상이다. 집에 들어가면 5번씩 자물쇠를 확인하고, 길을 걸을 땐 보도 블록의 틈을 밟지 않고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며, 식당에서도 항상 똑같은 테이블에 안고, 미리 챙겨온 나이프와 포크로 음식을 먹는다.



강박증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합하는 것이다. 약물치료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전문의가 적절한 치료를 해준다. 급성기 치료에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약물치료는 몇 주 혹은 몇 달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행동(인지)치료는 환자를 강박증에 따른 두려움 및 행동을 변화된 주변환경에 노출시켜 비정상적인 행동을 야기하는 잘못된 사고패턴과 믿음들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 치료하는 방법이다.



강박증의 세부적인 유형은 광범위하지만 몇 가지 흔한 예는 다음과 같다.



▲반복확인 유형=회사원의 경우 자신이 제출해야할 서류를 적을 때 잘못 쓴 글이 없는지 그것을 확인하는 데만 시간을 다 보내는 경우.



▲오염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과 관련한 유형=과도한 손씻기의 경우. 이 때문에 버스안·택시 등의 손잡이를 잡지 못해 거의 손수건을 대고 사용하기도 한다.



▲강박적 충동 유형=정말 자신의 생각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런 생각에 의한 괴로운 증상이다. 근친상간·동성애·살인·(성)폭행·가족이나 주위사람에게 아주 끔찍한 일이 생기는 일에 관한 상상 등이다.



▲괴로운 과거·미래 사건 상상 유형=괴로운 과거의 기억에 대해 계속 집착해서 상상하는 증상. 억울했던 일·분노했던 일·후회했던 일·안타까웠던 일 등이다. 반면, 내가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면 어떡하나 등의 미래 일을 상상하기도 한다.



▲강박적 의문 유형=아주 뻔한 사실에 관한 것으로 “해는 왜 동쪽에 뜨는가·”, “의자 다리는 왜 네 개인가·”, “코는 왜 얼굴에 있나·” 등이다.



▲강박적 심사숙고 유형=주제가 철학적·형이상학적인 문제에 집중된다. “무한이란 무엇이며 종교란 무엇인가·”,“신은 존재하는가 ·”, “영생이란 무엇인가·” 등이다.



▲강박적 지연=어떤 행동을 할 때 아주 꾸물거리고 느린 것이 특징이다. 좌우대칭·정확성 등에 대한 완벽주의가 많이 관련된다. 머리를 빗을 때 좌우 대칭을 맞추기, 넥타이를 바로 맞추기 위해 몇 시간이 걸리는 경우.



▲언어에 관련해서 장애를 일으키는 유형=글을 읽을 때 같은 문장, 심지어 같은 단어를 계속 반복해서 읽는 경우. 학생이 시험을 칠 때 ‘다음 글을 읽으시오’라는 문장을 읽을 때 시험 문제는 읽지 않고‘다음 글을 읽으시오’라는 문장만 수십 번 읽는다.



▲위험스럽거나 자해적인 유형=자신이 원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해보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면도칼에 손이 베이지나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그것을 만져보려는 경우. 운전 중에 눈감기, 자기 얼굴이나 턱 등 신체 때리기, 머리카락 뽑기, 주먹으로 벽치기 등이 있다.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과 관련된 유형=길을 걸을 때나 운전할 때 혀 내밀기 또는 자꾸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기, 입벌리기, 뒤로 걷기, 상스런 말하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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