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멸치 듬뿍 넣어 우린 국물 직접 담근 조선간장 ‘손맛’

허리 높이의 높고 좁은 나무마루, 처마 끝에 달려 꼭 내가 누운 자리만큼 손을 뻗는 따뜻한 햇살, 살랑거리며 귓가를 간질이는 바람, 끝없이 피어오르는 나무냄새, 흙 냄새. 아직 가마솥에 불을 지펴 물을 데우고 흙을 바른 벽에서 자꾸 후두둑 흙 바스러지는 소리 들리던 시절, 봄님을 맞으러 처마 아래 앉았다가 나른한 몸을 맨바닥에 뉘었던 어릴 적 추억이다.

   
 
   
 
그리고 그 때를 생각하면 항상 같이 떠오르는 게 있다. 까무룩 잠이 든 나를 흔들어 깨우시던 어머니의 손, 그리고 내 앞에 내려놓은 앉은뱅이 상, 그 위에서 파릇파릇 봄나물 얹고 나를 마주했던 국수 한 그릇, 바로 그 국수 한 그릇이 봄만 되면 머릿속을, 가슴속을, 입 속을 맴돈다.

유난히 햇볕이 좋은 요즘, 문득 그 때의 국수가 먹고 싶어 찾아갔다. 30년이 넘게 국수를 만들었다는 손할머니의 국수는 어린 시절, 꼭 그 시절의 국수 맛이 난다. 시원하고 담백하면서도 매콤하고 깔끔한 그 맛. 큼직한 대접에 넘칠 듯 가득 담겨 나오는, 그런데도 달걀지단이며 각종 봄나물이며 종종 썬 파 같은 고명이 듬뿍 올려져 정작 하얀 면은 잘 보이지도 않는 푸짐한 모양새도 자꾸 더 먹으라 덜어주시던 어머니의 마음을 닮았다.

울타리도 없는 손바닥만한 자리에서 어릴 적 어머니의 어깨 너머로 보았던 국수를 말아 팔기 시작했던 것이 이제 꽤나 많이 알려져서 끼니때면 자리가 없어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먹고 가는 손만지자(61) 할머니의 국수는 아마도 그것이 꼭 우리네 할머니의, 어머니의 맛과 마음을 닮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리라.

“별거 없어. 우리 어머니가 어디 뭐 특별한 거 써가며 국수 만들던가? 안 그래도 얼마나 맛있어. 나도 그래. 멸치, 무, 다시마 같은 거 듬뿍 넣어서 국물을 만들지. 제일 좋은 멸치 사다 쓰고 정성으로 만드는 거 밖에 없어. 처음에는 멸치로만 국물을 냈는데 사람들 입맛이 조미료에 길들여져서 좀 심심하다 그래서 인공 조미료말고 무나 다시마 같은 걸 같이 넣고 끓여보니 맛이 있더라고. 국수 한 그릇 먹고 또 열심히 일할 사람들 생각하면 더 많이 주고 싶어. 그래서 막 퍼 줘.”

그래도 비결이라면 고명을 무칠 때, 양념장을 만들 때 쓰는 직접 담근 조선간장이 아닐까 싶다는 할머니. 이제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음식은 모두 직접 만들어야 마음이 놓인다는 할머니의 국수는 지금부터 시간이 더 흘러도 아련한 추억의 맛 그대로일 것이다. 국수 3000원, 곱빼기 3500원. (055)261-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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