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국민들은 한반도 남단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고 있었던 반달곰이 지리산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소식에 흥분했다. 이렇듯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던 소식은 산이 좋아 산을 찾아다니다가 이제는 ‘곰박사’가 된 집념의 PD가 있었기에 알려질 수 있었다. 진주MBC 김석창 PD가 바로 그 사람이다.



김PD가 반달곰을 쫓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 산청에 사는 한 농부의 제보에서 비롯됐다. 처음에는 무거운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산을 헤매는, 스스로도 무식했다고 말할 정도로 곰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덕분에 한번은 해발 1300m의 지리산 서리봉에서 거대한 동물의 배설물을 발견하고 곰의 것으로 단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는 주변 농가에서 방목하고 있는 소의 배설물인 것으로 밝혀져 촬영팀 모두가 허탈하게 웃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김PD는 모두 세 군데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고 곰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 또한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곰의 행동 반경이 워낙 넓어 무인카메라 설치장소를 10여 군데나 옮겨야 했고, 이러면서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가운데 지난 10월 중순 또다시 곰이 목격됐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 장소에 가보니 김PD 또한 확신이 들 정도로 곰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지체할 시간없이 무인카메라가 설치됐고 또다시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지난달 다시 그곳을 찾아 무인카메라에 찍힌 내용을 보게 됐죠. 처음에는 찍힌 내용이 믿어지지 않다가 곰에 대해 잘 아는 일행이 ‘틀림없는 반달곰’이라고 소리치더군요. 그 때의 기분이란, 마치 산신령을 보는 듯 했어요.” 당시 무인카메라에 찍힌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 김PD는 또 한번 놀랐다. 15초 간격으로 찍힌 필름에는 분명 한 마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촬영된 내용을 보도하자니 ‘밀렵’걱정이 앞섰다. 그렇지만 결국 보도는 나가게 됐고, 이제 그의 어깨는 더욱 무겁게 된 셈이었다. “보도가 나간 뒤 한 초등학생이 편지를 보내 왔더군요. 왜 곰의 주소를 밝혀 밀렵의 위협을 받게 하냐는 것이었죠.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보도된 게 잘된 일이었어요. 밀렵꾼들마저 단속이 강화되고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자 스스로 덫을 철거하더라고 인근 주민들이 알려주더군요.”



김PD는 본지와 인터뷰를 하던 지난 13일에도 지리산으로 떠났다. 이참에 반달곰들의 구체적인 식생과 생태 등을 밝혀내 내년쯤 곰과 관련된 더 이상의 다큐멘터리는 없다는 평가를 들을 만한 자연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요즘 김PD는 또 하나의 구상을 하고 있다. 살아있는 화석이나 마찬가지인 지리산 반달곰의 종족번식을 위해 백두산의 반달곰을 들여오는 일이다. 그의 ‘곰사랑’이 통일에 기여하는 하나의 물꼬가 될지 또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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