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시키는 요령’ 따라 입맛대로...23년 전통 고스란히

겨울이 간다. 그래도 아직 찬바람이 부는 거리에 서면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먹고 싶어진다. 그럴 때 마침, 창원 상남동에 23년이나 된 국밥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3년이면 창원이 한창 발전하고 있을 때부터 창원과 함께 했다는 말인데, 아니나 다를까. 인근의 웬만한 사람들은 국밥집 이름만 말해도 다 안다. 상남동 일대가 아직 개발되기 전인 3~4년 전부터 이곳을 지켰다는 경성국밥. 스물 셋이라는 그 나이가 국밥의 맛도 대변해 주는 듯 싶다.

   
 
   
 
상남시장에서 은아아파트 반대쪽으로 한 블록 내려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저쪽 모퉁이에 경성국밥이 보인다. 밥 때가 한참 지난 시간인데 널찍한 식당 안에는 사람들이 꽤 많다. 여성들도 많이 보이고 아이들도 국밥을 먹으러 왔나보다. 경성국밥에서 제일 맛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은 돼지고기 국밥이다. 돼지고기 수육도 많이 찾는다.

일단 먹어보자 싶어 국밥 한 그릇을 시켰더니 일하는 아주머니가 ‘살코기만 넣을까요’ 묻는다. 그러고 보니 메뉴판 옆에 큼직하게 ‘국밥 시키는 요령’이라는 게 붙어있다. 머리고기와 살코기, 내장이 모두 섞인 보통국밥, 내장만 넣은 내장국밥, 살코기만 넣은 살국밥, 밥과 국이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 중 취향에 따라 골라서 시킬 수 있다는 것. 고것 참 좋구나 싶어 살국밥으로 한 그릇 청했다.

잠시 뒤 뽀얀 국물에 종종 썬 파와 깨소금이 뿌려진 국밥 한 그릇이 나왔다. 국밥의 맛을 1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국물. 그래서 간도 하지 않고 국물 한 숟가락 먼저 떠먹어 봤다. 꽤 고소하다. 새우젓과 양념장으로 간하고 나니 딱 맛 좋다. 그리고 중요한 특징, 돼지고기 특유의 군내가 없다. 고기도 한 점 집어먹어 봤다. 고기에서도 돼지고기 냄새가 나지 않는다. 깔끔하다. 국물을 아무리 떠먹어도 느끼하지 않다. 그래서 술술 잘도 넘어간다.

열심히 국밥을 먹다보니 여기저기서 배추김치 더 달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 집 배추김치 남아나질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얼른 나도 김치 한 조각 잘라 먹어봤다. 오늘 아침에 담근 듯 아삭한 생김치다. 그래도 속까지 간이 잘 배어 맛이 좋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달착지근 맛이 돈다. 이 김치만으로도 밥 한 그릇은 뚝딱 비우겠다.

주인 이춘목(55)씨 부부가 23년 전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 여기저기서 배운 솜씨로 만든 국밥을 손님들이 제일 많이 찾더란다. 그래서 이후에는 맛을 좀더 개발하면서 아예 국밥 전문 식당으로 바꿨다고. 매일 아침 산지에서 직접 배달되어 오는 신선한 고기와 뼈를 기름기를 없애고 군내를 없애는 특별한 조리과정을 거쳐 사골국물과 수육을 만든다고 한다. 사람들은 지금도 국밥이 맛있다고 하지만 경성국밥의 국밥은 아직도 개발 중! 주인 부부의 더 독특하고 더 맛있는 국밥 만들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돼지고기국밥 4000원, 소고기국밥 4500원. (055)281-3786, 284-8083.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