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김중권 최고위원을 민주당의 새로운 당대표로 임명하였다. 김 대표 임명은 비록 당내기반도 약하고 원외이기는 하지만 영남출신 인사라는 점, 비서실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김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인물로 꼽혀왔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인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최근 당내 갈등의 진원이었던 동교동계를 일선에서 후퇴시키면서, 차기 대권주자들 사이의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권력누수를 막아보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대표가 그야말로 최근의 위기징후에 따른 민심이반을 수습하고 지리멸렬한 상태에 놓여있는 당정을 쇄신하는 중책을 수행하는 데 적절한 인물인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구여권 출신이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비서실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현 정권 출범 당시 표방했던 개혁정책을 퇴조시킨 인물이라는 점, 각종 비리사건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통치권자의 눈귀를 막아 판단력을 흐리게 한 장본인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김 대통령이 현 시국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김 대통령이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이끌어 국정위기를 극복하고 당정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과거 야당시절부터 몸에 배어온 측근정치에서 벗어나 당 운영이 시스템에 의해 움직일 수 있도록 자율성을 제고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김 대표도 현재의 위기국면을 타개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맡은 만큼 개혁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나 약체 대표라는 지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당 총재에게 직언을 불사하면서도 당내 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야 관계에서도 상생의 정치란 표어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도록 당을 중심으로 야당과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정치를 펼쳐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자민련과의 공조란 명목 하에 숫자 채우기 식의 정략정치를 근본적으로 탈피하지 않고는 여야 극한대결에 따른 국정난맥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또한 영남출신 인사를 대표에 앉혔다고 해서 동서화합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도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이다. 구여권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지역에의 진출을 시도하는 가운데 부산경남지역을 상대적으로 소외시킨 오류를 반복하지 않도록 진정한 지역화합의 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 위기가 신뢰의 위기에서 비롯된 성격이 강한 만큼 김 대표체제가 환골탈태하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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