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의 사진은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그러나 낯설지 않은 장면을 찍은 것입니다. 2002년 진해 웅동 선창가 한 골목에서 찍은 사진이지요. 99년부터 찍고 있는 ‘빛의 유산’ 시리즈 중의 한 작품입니다.

사진 속 장면은 콘크리트처럼 메마른 인간의 모습을 담은 듯 합니다. 그러나 보세요. 골목 틈으로 희미하게 그러나 부드럽게 감싸는 한 줌의 빛에서는 분명 희망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런 풍경을 마주칠 때 저는 저의 존재의 가치를 느낍니다. 바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오십줄에 들어선 요즘 전 어릴 적 숙제하듯 일기를 씁니다. 사진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렇듯 나의 존재 가치와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이유가 더불어 인식되는 순간 말입니다.

/김효영(49·전국흑백사진 연구회 예당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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