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꼭 이맘때쯤이었을 겁니다. 20년째 주남저수지를 찍고 있는 나에게도 늪이란 친숙하지만 항상 새로운 의미입니다. 늪은 생명의 근원이자 태초의 아름다움을 가진 곳이기 때문이죠.

이곳은 주남 저수지 아래쪽에 있는 동판 저수지입니다. 사진의 위쪽를 보면 새털 구름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바람이 꽤 불었다는 증거죠. 그런데도 참 많이 설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물 속에서 나무가 자랍니다. 물에 반영된 앙상한 나무 모양. 겨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봄, 가을에는 수풀들이 많아 이런 모습이 나올수가 없습니다.

주남저수지가 남성의 상징이라면 동판 저수지는 여성의 상징임을 보여줍니다. 사진을 세로로 세워보시죠. 여성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사진은 자연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가 인간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김관수(46∙경남사진학원장, 창신대학 영상미디어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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