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땔감나무 좀 구해와! 호박전이 안 익잖아.”

지난달 말 봄바람이 살랑이는 시골의 한 자락, 한적한 이 곳이 느닷없는 ‘도시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부산스러웠다.

함양군 인의면 ‘산촌유학학교.’ 도교육청이 자연의 소중함을 몸소 느끼게 하며 전인교육을 시킬 목적으로 세운 유학학교의 문을 열던 날, 첫 입교생인 거제 대우초교 6학년 아이들이 ‘호박전’을 부치며 입을 다물줄 몰랐다. 학교에서 가사실습을 하던 것과는 비교가 안됐기 때문이다.

땔감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직접 재료를 마련하고, 반죽하고…. 일체의 준비에서부터 호박전 완성까지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자라는 요즘 도시아이들로선 힘이 들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체험학습’그 자체 였기 때문이다.

“평소엔 엄마가 음식해주시는 걸 당연하고도 별로 관심있게 생각않았는 데 새삼 엄마의 사랑을 실감해요. 저는 호박전을 하나 부치려고 반죽하는 것 조차 너무 힘들거든요.”

염수경(12)양은 호박 다듬기와 반죽이 힘들다고 투덜거리지만 자신이 직접 호박전을 먹어보니 금세 표정이 달라진다.

“아, 맛있다.”

3박4일간의 일정으로 대우초교 120명 아이들이 배운 프로그램은 30여개. 전통공예에서부터 숲체험활동·농사짓기·탐사활동까지 경험중심의 교육이다.

자동차 소음과 딱딱한 콘크리트 빌딩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공간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의미심장한 ‘나흘간의 대안학교’일 수 밖에 없다.

같은 시간, 시골의 또다른 한켠에서는 아이들의 탐사활동이 한창이었다. 이 팀은 오전 9시부터 서둘러 유학학교를 출발해 함양 안의지역의 산과 들, 그리고 유적지를 샅샅이 찾아 다녔다.

걸어야 하는 거리만 무려 13.5㎞. 거의 7시간가량 걸어야 하지만 아이들은 싫은 내색은 커녕 ‘이렇게 걷고 싶었노라’는 듯 마냥 신이 났다.

온갖 소음이 끊이지 않는 도시의 거리를 이토록 걸으라 하면 아마 지레 질리고 말겠지만 자연은 그저 아이들을 품에 안은 듯 했다.

예부터 ‘좌 안동 우 함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함양지역에는 전통가옥을 비롯한 여러 문화유산이 많기도 해서 산촌유학학교의 수련기간 아이들은 허삼둘 가옥을 비롯해 연암 박지원 사적비 등을 둘러보았다. <사회과부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통유적을 총총 걸음으로 구경하는 것이다.

“갈고리가 참 희한하게 생겼네”, “나도 호미로 골만들기를 처음 해봤어.”

산촌유학학교 옆의 조그만 텃밭에선 40명의 아이들이‘감자심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

처음보는 농기구와 텃밭에서의 농사일이 서툴고 힘들게 마련이지만 3시간 정도의 학습은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모양이다.

김수현양은 “할아버지가 농촌에서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보내주시는 쌀 한톨이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한다.

산촌유학학교엔 이 외에도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라하니 대안학교를 고민하는 교사나 학생이 한번쯤 찾을 만하다.(참여를 원하는 일선학교는 도교육청 초등교육과로 연락하면 된다. 055-268-1104)

여름이면 학교 옆에 흐르는 개울에서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고 가을이면 알밤줍기도 가능하다. 그리고 봄엔 나물도 뜯을 수 있다. 밤에도 산촌의 밤하늘에 펼쳐진 별자리 놀이를 할 수 있으며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단전호흡법도 교육하고 있다.

이름(산촌유학학교)만 들으면 딱딱한 유학을 배울것 같지만 정작 마련된 것들은 산과 들에서 배우는 듯 노는 듯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오일창 교장이 자랑하듯 꿈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잃어가는 도시의 아이들에게 산촌유학학교는 ‘과대 과밀학급의 도시 아동들이 자연과 지역문화를 학습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오 교장은 “올해는 전통놀이 프로그램을 추가해 계절과 관련된 농사와 식생활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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