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이른바 통신언어라는 것이 생기고 특히 청소년을 중심으로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쓰지 않는 일이 많아졌다. 오늘부터 우리말과 글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본다는 뜻으로 ‘우리 말글 사랑’을 새롭게 만든다. 글쓴이 진재수 선생은 전 울산학성여고 교장으로 40여년간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육현장 연구와 교원연수원에서 교원교육을 담당했던 국어사랑 실천자다.

나비잠

동요 〈자장가〉 중에 ‘잘 자라 우리 아기/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은 노래하고’‘우리아기 금동아기 고요고요 잠잔다’는 가사가 있다.

우리말에는 잠자는 모습을 나타낸 재미있는 말이 많다. ‘선잠’(깊이 들지 못하거나 흐뭇이 자지 못한 잠)·‘개잠’(개처럼 팔다리를 벌리고 자는 잠)·‘들꼇잠’(누운 채 빙빙 돌려 자는 잠)·‘등걸잠’(옷을 입은 채 아무데서나 자는 잠)·‘새우잠’(새우와 같이 몸을 구부리고 자는 잠)·‘쪽잠’(짧은 틈을 타서 불편하게 자는 잠)이 잠을 나타내는 보기의 말이다.

또 우리말에는 ‘나비’와 어울린 재미있는 말이 있다. ‘곡식에 섞인 검부러기 등을 날리러 키로써 부쳐 바람을 내는 것’을 뜻하는 ‘나비질’이나, ‘가로 쫙 퍼지게 끼얹는 물’이란 뜻으로 ‘나비물’이란 말이 있다. ‘나비가 춤을 추듯이 날개를 치며 날아다니는 짓, 혹은 소매가 큰 옷을 입고 나비나는 모양처럼 추는 춤’을 이르는 ‘나비춤’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아름답고 귀여운 말에 ‘나비잠’이라는 말이 있다. 아기가 잠자는 모습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나비잠’의 모습은 참으로 귀엽고 아름답다 하겠다.

말사전에는 ‘갓난아이가 반듯이 누워 두 팔을 머리위로 올리고 혹은 벌리고 자는 잠’으로 풀이하고 있다. 세 글자로 된 ‘나비잠’이란 말은 잠자는 아기의 모습을 그 어떠한 묘사로 표현한 기나긴 글보다 그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는 말이라 여겨진다. 마치 봄철 아지랑이 속에 사푼사푼 나는 나비의 동작이 잠의 세계와 어울려 환상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많이 쓰이지 않아 사전 속에서나 잠자고 있는 아름답고 귀여운 말 ‘나비잠’이 우리들의 일상에서 자주 쓰이기를 기대해 본다.


(전 울산학성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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