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음란물로 기소돼 법정에 선 소설은 모두 4편. 69년 박승훈씨의 <영점하의 새끼들 designtimesp=23289>이 벌금형을 받았고,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염재만씨의 <반노 designtimesp=23290>는 75년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92년 마광수씨의 소설 <즐거운 사라 designtimesp=23293>가 법정에 끌려가 95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으며,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내게 거짓말을 해봐 designtimesp=23294>라는 소설을 쓴 혐의로 97년 기소된 장정일씨에 대해 유죄 판결을 확정지었다.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였던 마씨는 92년 10월 임의동행으로 끌려가 구속됐다가 12월 28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당시 검찰은 300쪽이 넘는 소설 가운데 5쪽 정도 분량이 되는 17곳을 문제삼아 기소했다.

감정을 맡았던 고려대 민용태 교수는 <즐거운 사라 designtimesp=23299>보다 200년 앞서 씌어진 <춘향전 designtimesp=23300>이 훨씬 더 성을 노골적으로 묘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네 양각(兩脚) 사이 수룡궁(水龍宮)에다 내 심줄 방망이로 길을 내자꾸나”, “춘향의 가는 허리 후리쳐다 안고 귓밥도 쪽쪽 빨며 입술도 쪽쪽 빨면서 주홍 같은 혀를 물고 오색 단청 안에 비둘기 같이 끙끙 어흥거려 뒤로 돌려 담쑥 안고 젖을 쥐고 발발 떨며 저고리·치마·바지·속것까지 활신 벗겨…….”(<춘향전 designtimesp=23303>의 첫날밤 묘사)

“기철은 치마를 벗기지 않은 채 내 두 다리를 벌리게 하여 자기 무릎 위에 앉힌다. 성난 남근이 내 팬티를 뚫는다. 아니 뚫는 게 아니라 팬티가 마치 콘돔처럼 남근을 감싸고 나의 성기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팬티가 주는 이질감 때문에 더욱 흥분한다.”(<즐거운 사라 designtimesp=23306>의 검찰 기소 부분)

민 교수는 이어서 “<춘향전 designtimesp=23309>의 뜨거운 성애 묘사는 춘향이 목숨을 걸고 정절을 지킬 만큼 이도령을 사랑하는 심리적 필연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며, “<즐거운 사라 designtimesp=23310>에서 사라는 성적 편력으로 기성 질서에 저항하는 만큼, 최소한의 구체성 확보를 위해 묘사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마씨는 당시 구속적부심에서 “현실은 소설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며 “소설을 통해 말하려는 것은 성해방이 아니라 성에 대한 논의의 해방이며, 그래야만 음성적인 성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낮에는 근엄한 척하지만 밤에는 룸살롱을 드나드는, 보수지배집단이 갖고 있는 이중적 성윤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마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렇게 본때를 보인다고 향락·음란 산업이 조금이라도 타격을 입을까”하고 많은 문인들이 반문한 것처럼, 처벌 효과는 어디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탐욕스런 자본주의는 <사라는 유죄· designtimesp=23319>·<압구정동 사라 designtimesp=23320>·<사라의 계절 designtimesp=23321>·<사라의 본능 designtimesp=23322>·<마강쇠 designtimesp=23323> 등의 비디오물과 영화를 쏟아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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