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AP통신이 영어 발음을 좋게 하기 위해 아이들의 혀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을 소개해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는 AP통신을 인용해 ‘한국의 어머니들은 임신 중에 (영어로) 자장가를 들려주고 고가의 유아 가정교사를 두며 학교도 가지 않은 아이를 미국에 보내 발음을 익히게 한다’고 소개했다. AP통신은 ‘정상적인 어린이를 상대로 단지 영어 발음을 위해 수술을 하는 것은 해부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라고까지 혹평했다.
AP통신의 이런 보도는 우리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얘기다. 그러나 영어를 잘해야 출세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영어광풍은 학부모만 욕할 일이 아니다. 영어성적이 좋다는 것은 일류대학의 입학이 보장되고 취업이나 승진에 유리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제주도에서는 올해부터 영어공용화를 추진하고 있고 경기도가 파주시와 안산시에 영어마을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에서는 여러 곳에 영어체험마을을 건립하고 공식문서나 국장급 이상 간부회의에서 영어를 사용하자는 영어공용화를 올해 중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세계공용어가 된 영어를 등한시하자는 뜻이 아니다, 지난해 해외연수를 떠난 유학생 수가 무려 16만명이나 되고 이 중에서 부모를 따라가지 않고 순수하게 국외 유학을 떠나는 초·중·고교생이 1만여명이나 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소득의 대부분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기도 하고 기러기 아빠도 마다 않는 현실을 당연시 할 수는 없다. 입법 예고한 ‘외국 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고 외국인학교까지 세워지면 나라말조차 지켜지겠는가? 일관성 있는 정부차원의 문화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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