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음력 11월 26일)은 24절기의 하나로 일년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다. 동지중에도 노동지이다. 동짓달에 동지가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동짓날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동지팥죽이다. 이는 동지두죽(冬至豆粥) 동지시식(冬至時食)이라는 오랜 관습으로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새알만한 크기의 ‘새알심’을 만들어 넣어 끓인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말은 동짓날을 기점으로 다음날부터는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에 선조들은 동짓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여겨‘설’다음 가는 ‘작은 설’이라고 대접한데서 유래하고 있다.

동짓날 팥죽을 쑤게 된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따르면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신(疫神)이 되었다고 한다.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역신을 쫓기 위하여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는 것.


팥죽을 다 만들면 먼저 사당에 올리고 각 방과 장독 헛간 등 집안의 여러 곳에 담아 놓았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다.

동짓날의 팥죽은 시절식(時節食)의 하나이면서 신앙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팥죽에는 잡귀를 쫓는 기능이 있다고 보고 집안의 여러 곳에 놓아 신에게 먼저 올렸다.

팥은 색이 붉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으며 민속적으로 널리 활용됐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하며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내는 관습이 있는데 이는 상가에서 악귀를 쫓기 위한 것이다. 또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뿌리는 것 역시 악귀를 쫓는 주술행위의 일종이다.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재앙이 있을 때에도 팥죽 팥떡 팥밥을 하는 것은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짓날에도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창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정정헌(민속학 전공) 강사는 애동지에 팥죽을 쑤어먹으면 아이들에게 나쁘다고 한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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