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껐지만 불씨 '여전'

대우자동차 노사가 27일 구조조정의 큰 틀에 합의함에 따라 채권단의 자금지원과 자체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우차와 협력업체들은 급한 숨을 돌리게 됐지만 노사가 구조조정계획을 짜면서 인력 문제를 놓고 재충돌할 것으로 예상돼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됐다.

곧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결정도 이뤄지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GM과의 매각협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약속대로 대우차에 자금지원을 시작하고 법원은 이달이 가기 전에 정리절차(법정관리) 개시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가 12월까지 필요한 자금은 6530억원 규모로, 이 중에는 지난 8월말 이후 밀린 임금 1400억원 가량과 8월부터 미지급된 퇴직금도 포함돼 있다.

특히 대우차는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갈 경우 필요한 퇴직금 등 소요자금도 2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자금 지원 규모와 시기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법원의 개시결정 이후에 지원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법은 대우차 갱생 가능성 판단의 주요 잣대로 생각했던 임직원의 자구 및구조조정 의지를 확인함에 따라 이달 안에 정리절차 개시 여부에 대한 결정과 함께법정관리인을 선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인으로는 채권단 추천으로 지난달 말 취임한 이종대 회장과 이영국 사장,류종열 사외이사 등이 후보로 거론되지만 이 회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대 협력업체인 한국델파이는 지난 25일 320억원의 회사채 만기로 부도 위기를맞았으나 산업은행의 대출을 통해 고비를 넘겼고, 나머지 협력업체들의 극심한 돈가뭄도 개시결정이 나면 관리인의 새 어음 발행 등을 통해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대우차가 발행한 기존 어음을 협력업체들이 할인할 수 있도록 새 어음으로 교환해 주면 당장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협력업체들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계획은 휴화산 = 노사는 합의문에 따라 즉각 경영혁신위원회를 구성, 자구계획을 만들어 나가고 실천 가능한 부분부터 하나씩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사측은 이미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로 상황이 바뀐 만큼 컨설팅업체인 아더 앤더슨이 작성중인 계획을 참고해 구조조정안의 틀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사 협상과정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떠올라 노조는 끝까지 삭제할 것을 요구했던 `인력' 문제는 언제 다시 활화산으로 바뀔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다.

실제 일각에서는 법정관리와 판매축소에 따라 감원 규모가 기존에 발표된 3500명이 아니라 6000명 선으로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돌고 있는데다 사측은 노사협의과정에서 4000명선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의문에 인력조정을 명시한데다 경영혁신위의 결정사항 가운데 단협사안은 특별단체교섭(보충협약)에 해당한다는 별도합의서를 만든 만큼 지난 8월 맺은5년간 정리해고 불가 협약은 뒤집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조도 인력 문제를 한사코 외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수술이 필요한 다른 부분이 구조조정의 칼을 댄 뒤 그래도 안될 경우 최후방편으로 남겨두는 쪽으로 순서를 잡아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하나의 문제는 인력조정과 맞물린 부평공장의 장래다.

노조는 GM이 인수할 경우 부평공장의 장래가 불투명해진다는 이유로 부평에 대한 비전제시를 요구했지만 이렇다할 확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문에 부평의 가동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노사 구조조정안이 어느 수준으로 맞춰질지가 최대 관심사가 될 것 같다.

그러나 기존에 제시됐던 9000억원의 자구계획 가운데 경상비·광고비 절감이나 연구개발비 투자 축소 등 나머지 부분들은 별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지난달 중순 예비실사에 들어간 GM은 이미 기초실사를 마치고 자체 자료검토만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대우차 1차 협력업체에 대한 실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1월 중순 전에는 향후 협상에 들어갈지 여부에 대한 의사를 전하기로 돼 있었으나 대우차 부도와 법정관리 신청으로 의사표시를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구계획에 따라 향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GM의 호감을 끄는데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조만간 희소식이 올 것 같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대우차 관계자는 “법정관리가 개시된 이후인 12월초에는 GM의 의사표시가 있고 향후 협상에 들어가기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그러나 아직 속단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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