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일탈은 필요하다. 가벼운 일탈은 사람의 숨통을 틔워주고, 그 숨통에서 나오는 숨결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구성원의 숨통을 틔워준다는 것이 대중사회에서는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매스미디어는 제아무리 세분화됐다 하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의 취향과 개성에 맞출 수는 없는 일.

결국 시장의 메커니즘에 맞게 10대·20대 위주의 이른바 인기가요에 편중되게 마련이다. 그럼 나머지 30~50대 이상 세대들, 취향이 남다른(?) 이들은 어디가서 숨통을 틔울까.

공중파 방송에서 오랫동안 소외됐던 이들이 급기야 ‘인터넷’을 습격하기에 이른다. 바로 ‘CJ’라는 무기로.

HOT를 ‘애초티’로 읽는지 ‘핫’이라고 읽는지에 따라 신세대와 쉰세대로 구분하던 때가 있었다. 좀 썰렁한 얘기지만 CJ를 ‘제일제당’의 약자로 알아듣는지 ‘사이버 자키’로 알아듣는지에 따라 같은 ‘쉰세대’라도 품격(?)이 달라질 듯.

CJ는 인터넷에서만 활동한다는 점에서 공중파의 DJ(디스크 자키)와 다르고, 상업적인 목적이 없고 직업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IJ(인터넷 자키)와 또 다르고, 특별한 기술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방송의 대안문화로 자리잡은 VJ(비디오 자키)와 구별되지만 1인 다역체제·나홀로 방송이라는 점에서는 한편으로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전용선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동안 PC앞에 앉아있다. 밀린 리포트 때문에, 혹은 일 때문에 이리저리 기웃대며 발품을 판다.

돌아다니다 보면 마음의 다리가 아프다. 왠지 사람냄새도 그립다. 일도 하면서,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나와 비슷한 사람도 만나고 싶은 사람, 그들이 인터넷 방송국을 찾는다.

공중파 라디오를 인터넷에서 듣는다고 생각하면 오산. 공중파처럼 시간별 프로그램이 무차별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좋아하는 장르를 고르고, 마음에 드는 CJ를 클릭한다. 올드팝에서 종교음악·헤비메탈 등 종류도 가지각색. 자연히 마니아가 들끓고, 그러다 보면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음악도 들을 수 있다.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음악신청과 선곡이 이뤄진다.

CJ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가장 파격적인 것은 공중파방송에서 ‘쉬쉬’하는 얘깃거리를 주무대로 올린다는 것. 그것이 정치 비꼬기든 ‘똥’에 관한 것이든 ‘성’에 관한 것이든 말이다.

‘방송윤리위’의 규격화 방송, 자칫 상투적이거나 아니면 상업적인 공중파 방송에 식상해진 청취자라면 시쳇말로 기성문화에 ‘똥침’을 놓는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해적 라디오 방송으로 영웅이 된 크리스찬 슬레이터 주연의 영화 <볼륨을 높여라>와 곧잘 비견되기도 한다.

듣다보면 직접 하고 싶어진다. 윈엠프 파일 전송프로그램은 방송국 콘텐츠에서 다운받고, 전용선이 설치된 PC와 헤드셋만 있으면 OK. 이렇게 해서 많은 ‘불특정다수’들이 CJ가 됐고, 되고있다.

오후 11시에서 오전 2시사이 약 3개월간 방송을 했다는 최영(27·진주시 평거동)씨는 “첫방송 땐 실수도 많았지만 잘하든 못하든 그저 즐겁다. 내가 주인이고, 책임감을 가지고,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해준다는 것에 만족한다”며 “또래문화의 체험과 자기만족이 가장 큰 이유”라고 덧붙인다.

특히 40~50대 음악방송은 ‘끼리(http://www.kiri.co.kr)’‘조이아시아(http://www.joyasia.com)’‘피플475(http://www.people475.co.kr)’ 등에서 들을 수 있다.

문화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다양성일 것이다. 공중파 방송이 해내야 할 역할이 있다면 이러한 인터넷 방송이 할 일이 있다. 안티·대안 문화의 창조자로서 인터넷 방송이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기를, 때론 황량할 수 있는 인터넷의 바다에서 따뜻한 사람냄새 나는 곳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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