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철수(29). 직업은 의사다. 의사인 내가 ‘공황장애’라는 특별한 병을 앓았다고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여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치료과정에 깨닫게 된 것은 많은 현대인이 공황장애를 앓는다는 것이다. 내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내가 임신 7개월 때였다. 당시 나는 중요한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저녁을 먹는데 배에서 꾸룩꾸룩하는 소리가 심하게 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뛰면서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주위가 꿈결처럼 갑자기 낯선 곳으로 느껴졌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숨이 콱 막히면서 약 30초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죽는 줄만 알았다. 집사람에게 119구급차를 불러달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숨이 멈춰지면서 온 몸이 저리고, 가슴이 막 뛰었으며, 엉덩이 부분에 식은 땀이 났다. 몸에 전기가 통하듯이 찌릿찌릿한 느낌도 들었다.

119구급차가 오자 근처에 있는 2차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 진료를 받았다. 당시 응급실 의사는 신경성 심장병이라고 하였고, 나는 미덥지가 않았지만 링거를 맞고 약을 타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도 불안은 여전했다. 몸이 저릿저릿하고, 식은 땀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옆에 집사람을 꼭 붙어 있으라고 하고는 잠을 청했지만 계속 심한 불안과 함께 몸이 저릿저릿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대학병원 급으로 가려고 혼자 집을 박차고 나와 승용차를 몰고 급하게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내과 선생님은 역시 신경성이라는 말을 했으며 주사를 맞고 나자 많이 나아졌다.

잠시 후 가정의학과 선생이 내려오더니 공황장애라는 말을 해주었다. 생전 처음 듣는 병이었다. 나는 그 이후로 가정의학과에서 치료를 계속 받았으며 병에 대한 공부도 했다. 처음에는 집밖출입도 하지 못하고 늘 집에 있었다. 집사람을 아무데도 가지 못하도록 옆에 붙어있게 했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도와줄 사람이 없어지는 게 너무나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약을 처음 먹었을 때는 무척 잠이 많이 왔지만 차라리 자면 편했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집사람은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매일 잠만 잔다고 투덜거렸다.

도움말=마산 조문흠가정의학과원장(055-248-7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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