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우리의 정서적인 에너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는 욕구와 관련 있습니다. 결국 곧바로 경제적인 이익이 나타나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화관련 관계자들은 경제적인 논리에만 집착하고 있는 실정이죠.”

28일 마산MBC 7층 세미나실에서 ‘국제화시대의 우리와 우리문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진 강준혁(53·문화기획가) 추계예술대학교 예술경영대학원장. 김덕수의 사물놀이·공옥진의 병신춤·춘천인형극제·광주비엔날레·아비뇽국제예술제 한국주간 예술감독으로 유명한 강씨는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문제를 ‘경제논리에의 지나친 집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문화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지만 우리의 경우 문화를 문화자체 보다 경제적인 논리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문화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는 인문학이 급격히 쇠퇴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의 경우 지난 1997년부터 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수상직속기관으로 ‘창조산업특별위원회’를 만들었으며, 여기서 발표한 ‘창조산업보고서’서문에 “경제적인 논리로 문화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문화가 중요한데 최근에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라고 적고 있다며 “현재 영국은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유럽사회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구조의 불안정성도 지적됐다. 문화의 개념이나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문화를 다루는 태도를 포함하는 문화에 대한 관념이 서로 다르거나 바르게 서있지 못해 문화가 안정돼 있지 못하고 많은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한 예로 짧은 기간에 밀려든 미국식 문화와 전통문화를 포함한 우리문화의 부조화에 따른 혼란과 특정 문화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에서 비롯된 편견으로 인해 문화의 본질에 하나인 공유력이 지나치게 약해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유럽인들의 시각으로 나눠진 세계의 문화권에 대한 집착과 일본의 이기적인 역사관이 우리문화에 미친 편견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우리문화를 역사적·지리적·민족체질적인 측면에 한정시켜 이해하는 것도 국제화와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는 한 요소라고 지적하고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문화의 정확한 방향설정과 함께 문화의 소화력을 회복해야 한다”며 “우리문화가 무조건 위대하다거나 특정 문화가 나쁘다는 식의 편견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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