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11월 13~19일까지 참여연대가 주관한 한일시민단체 교류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때 방문했던 일본 시민단체 중 특히 인상깊은 가나가와NET라는 단체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NET는 생활협동운동에 기반을 두고 탄생한 시민정치운동조직입니다. 그네들 스스로 지방정당(Local Party)을 주장하는 단체입니다. NET가 탄생하기 이전에 생협을 중심으로 조례제정요구, 청원운동 등을 통해 지역주민운동을 펼쳤지만, 의회에서 지역주민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정치참여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생협을 기반으로 하여 NET라고 하는 시민정치운동 조직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희가 방문한 가나가와NET는 그동안 42명의 여성 시 현(도)의원을 배출하였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 운동권의 정치진출과는 참 다른 점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운동을 통해서 정치에 진출해도 사실 당선되고 나면 그때부터 지역운동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활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됩니다. 특히 조직적 관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서로 협력하기는 하지만 조직적으로는 운동조직에서 거리를 두게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그런데 NET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대리인의 개념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시 현의원으로 당선되어도 NET를 떠나지도 않고, 떠날 수도 없으며, 철저하게 NET의 대리인으로서 의회에서 활동하게 되고, 임기가 끝나면 NET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지방의원도 유급제인데, 월급을 모두 NET에 납부해야 하고, 일정금액의 활동비만을 지급 받아서 의원활동을 수행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대리인의 개념이 철저하기 때문에 규약으로 의원은 2기까지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NET의 대리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답니다.



그런데 2기의 의원생활을 하고 3기를 포기하는 것이 단순히 한번 의원생활을 더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3기 이상의 의원활동을 하게되면 막대한 금액의 연금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2기의 의원활동을 하고, 다른 NET 회원에게 의원출마를 하도록하는 것은 많은 유혹을 물리쳐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참 대단하지요 일본 아줌마들!

그리고 실제로 의원에게 대리인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각 지역네트에서 의원후보를 선출할 때부터 본인의 생각보다는 의원으로서의 자질이나 그동안의 활동을 평가하면서, 의원후보를 추대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즉 각 지역에서 의원을 선출할 때 NET에 속해있는 다양한 기초조직들이 참여해서 의원후보를 선출한다고 합니다. 각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NET의 골간조직을 통해 철저하게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에 의해 선출하고, 당선시키고, 자신들의 입장을 의회에서 대변하는 대리인의 역할을 하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NET는 생협을 그 기반으로 하면서, 10여개의 네트워크조직이 있는데 여기서도 임원들의 임기는 2기로 제한되며, 각각 다른 조직에서 중복해서 임원을 맡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즉 생협에서 임원을 맡은 사람은 NET의 임원을 중복해서 맡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철저하게 회원 누구나 임원이 될 수 있고, 또 임원을 맡음으로써 훈련되고 지도력이 성장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와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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