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해의 마지막 고개를 힘겨움과 아쉬움의 심정으로 넘어야 하는 때가 됐다. 새천년의 시작이라는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한 해였기에 어느 때보다도 남다른 감회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는 연민의 심정뿐만 아니라 연말연시가 되면 마음이 들뜨게 마련이다.



후회와 기대가 교차됨으로 인해 묘한 감정을 부추기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시발점이기에 개인에게서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만큼 이번의 연말연시는 그 어느 해보다도 마음이 부풀어오를 것이다.



감정이 풍부하고 흥겨움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즐기는 우리들이기에 망년회니, 망세기회니 하는 모임도 잦아지고 술 마실 기회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사실 송년회든 망년회든 그 자체가 허물이 될 수 없다.



이미 지나간 과오와 아픔을 잊고 새해 새 희망으로 새 출발하자고 다짐하는 그러한 모임은 도리어 장려할 만하다.



연말 연시에 각종 모임이 성행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지나치면 반대로 부작용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도 있거니와 만사가 지나치게 되면 그것은 부족함만 못한 것이 되는 것이다. 흥청망청하는 지나친 감정의 발산이 아니라 이웃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잊고 지내온 사람들에게 따사로운 인정의 향내를 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로 인해 시간과 돈은 물론 술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기기도 해 안타까운 일이다.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시비를 벌여 기물을 파손시키는가 하면 미성년자들이 음주와 자아를 망각한 상태에서 일으키는 범죄 건수도 이즈음이면 크게 증가한다.



또한 음주운전도 증가하고 있다. 하루 평균 20건 안팎의 취중운전 폭행사건 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할 수 있는데 적발되지 않은 사건 사고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더욱 불어날 것임이 분명하다.



이쯤 되면 망년회가 망년회(亡年會)로 변질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 후회하며 살아야 하는 실수도 범할 수 있다.



우리는 연말 연시를 맞아 정말 경건해질 필요가 있다.



부어라, 마셔라 하고 지나치게 방탕하게 생활하다가 낭비도 낭비려니와 심지어 건강까지 해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더구나 지금은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모두 차분히 내일을 생각하면서 각자 새로운 삶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과거와 다른 삶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연말 연시 모임 문화부터 반성할 필요가 있다.



소비적이요, 퇴폐적이며, 정력소모적인 백해무익한 향락문화에서 벗어나 좀더 생산적이고 건전한 송구영신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



세모의 분위기를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보람된 시간으로 승화시키고, 우리 이웃과 함께 풍성하고 희망찬 새해를 설계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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