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사라지는 헌책방

지난 6월부터 격주 금요일 출판면에 연재했던 ‘헌책방 순례’를 오늘로 끝맺었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양덕동 시절을 접고 임시로 석전시장 안에 자리잡은 영록서점을 시작으로, 석달 있으면 가게 문을 닫고 인터넷 속으로 사라질 진주 중앙서점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렇게 하여 마산 영록·국제·천원·중앙·마산·미리내 등 여섯 곳, 진주 동훈·중앙·소문난서점 등 세 곳, 진해와 창원 각각 대성·세계서점, 이렇게 모두 열 한군데의 헌책방을 돌아다닌 셈이다.

헌책방의 문화사회적 함의는 물론이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헌책방이 어디 있는지, 어떤 책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고 가보고 싶어하는 데 힘입은 연재였다.

그러나 이미 예상했거니와, 헌책 회전율은 턱없이 낮고 인터넷과 영상은 책과 아이들을 떼 놓기 일쑤며 새 것을 좋아하는 대중의 취향은 헌책방의 존재 이유마저 무색하게 했다.

헌책방 주인들은 ‘속성’과 ‘결과물’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책을 안 읽게 된 주범이라 지적하고, 오래된 것, 옛 것 귀하게 여기지 않는 세태를 헌책방이 문을 닫는 이유라 탓한다.

헌책방은 타개책으로 전문적인 고서점으로 차별화하거나 돈과 품이 덜 드는 인터넷 서점으로 전환을 모색 중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더러 자전거나 수공예품을 헌책과 함께 팔거나 철학관과 동시에 운영 중인 곳도 있었다.

4~5년 전 마산시가 거론한 ‘헌책방 거리’에 대한 이야기도 곧잘 나왔다. 역시 쇠락하고는 있지만 아직 명물로 남은 부산 보수동처럼 문화의 거리 안에 헌책방 집산지를 만드는 것.

가게 이전에 대한 지원이 없어 흐지부지된 이 사업은 이렇듯 사라져 가는 헌책방 공간을 지켜낼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아닐까 싶다. 개개 시민의 힘으로는 지켜낼 수 없는 것, 그러나 반드시 남아야 할 것의 ‘지킴이’는 시·도가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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