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여성의 옷차림에서 온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화사한 색깔의 얇은 옷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결국 봄은 색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닐까.

당장 자신의 몸과 옷을 비롯해 우리 주위에는 갖가지 색이 존재하지만, 실상 그 색의 이름이나 종류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어쩌면 그것은 자연에 무수히 펼쳐진 그 많고 아름다운 색들을 버려두고, 오직 화학염료로 대량생산 가능한 색만이 주류를 이룸으로써 더이상 색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추세와 실생활에 보탬이 되는 DIY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요즘 ‘천연염색’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내에선 처음으로 일반인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천연염색 실습책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진주산업대 김규범 교수, 창신대 김종순·윤영숙 교수 공저 <누구나 알기쉬운 천연염색>, 학사원).

먼저 천연염료와 섬유의 종류, 매염제(색소를 섬유에 정착시키는 용액)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익힌 후 가정에서 흔히 쓰는 양파·시금치·쑥·도토리 등 재료별 염색법과 무늬 넣는 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각 항목과 항목사이에는 천연염색한 천으로 만든 한복과 가방·방석·스카프 등을 끼워넣어 작품보는 재미를 더했다.

저자중 한명인 창신대 조형미술과 윤영숙 교수는 “주부는 물론이고 한복을 만들 때 천연염색한 원단을 사용함으로써 생활의 질을 높이고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며 “이전에 잊어버렸던 나물이나 야채 등 마당 구석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는 풀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도 큰 선물”이라고 덧붙였다.

자연과 가까이 있지못해 잊어버렸던 그 곱고 아름다운 색깔들과 멋진 만남을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꽃피고, 열매맺고, 단풍이 드는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천연의 색과 만나다 보면 계절은 바로 내 안에서 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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