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어떤 느낌일까. 겪어보지 않고선 예단할 수 없는 것일게다. 하기 쉬운 말로는 고통스럽게 얼룩진 것, 비인간적 행태가 횡행하였을 것, 말못할 고생을 했을 것이라 할 수 있을 테지만 실상 온전히 이해할 순 없는 노릇이다.

거창태생인 저자의 이 장편소설은 태평양전쟁당시 패망직전의 일본치하, 그리고 전승국 소련의 통치하에서 고난의 세월을 살아야 했던 사할린 조선인의 눈물겨운 삶을 다룬다. 사전조사가 바탕되었다니 그만큼 진솔하다.

1940년대 일본 가라후도 취업 이주민들과 2세들, 그리고 징용으로 끌려갔다가 억류된 강제징용 노무자들의 삶과 사랑이 소재다. 시대를 잘못만나 비극적 삶을 숙명처럼 살아야 했던 등장인물을 통해 일본인들에 의해 자행된 무수한 억압과 굴레를 대신한 소련의 강압적 통치를 섬세하게 다뤘다. 당시 한인들의 삶은 안개낀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한 척의 나룻배와 다를 것이 없게 했으리라.

62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저자는 역사물에 천착한듯 이미 재소한인의 강제이주 실상을 다룬 <까리아인>(전 3권), 중편으로 <코르사코프 추상>을 발표한 바 있다. 신중신 지음. 각권 320쪽. 청동거울. 각권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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