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사의 무가지 배포 10% 초과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신문고시(告示)안을 28일 규제개혁위원회에 상정함으로써 시행을 눈앞에 두게 됐다.

문화관광부와 관련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된 신문고시안은 유가지의 10%를초과하는 무가지 배포 금지와 함께 △3일 이상 강제 투입 △신문대금의 10% 초과하는 경품 제공 △지국에 대해 경쟁사의 신문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지국에 대한 지위 남용 △부당한 광고 요구 △사주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 △독과점신문사의 가격 남용 등을 금지하고 있다.

야당은 신문고시 부활 방침과 관련, “정부에 비판적인 특정 신문사의 판매량을줄여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신문을 평준화하려는 정부의 언론장악 의도에서 나온 발상”이라며 공박하고 있다.

일부 신문들도 공정위의 안에 대해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했다고는 하나 직접당사자인 신문업계의 입장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면서 “판매조직과 노하우, 그리고 시장경제 원리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일 뿐더러 배달시 파손율 3%와 연간 이사율 20%를 감안하면 실효성도 의문시된다” 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단체나 시민단체, 그리고 학자들은 언론장악 의혹이나 업계의 반발때문에 신문고시 시행을 늦출 수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99년 1월 신문시장을 자율적으로 정화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신문고시를 폐지했으나 신문시장의 혼탁 양상이 더욱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 전국언론노조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간신문의 무가지 비율은 31.1%에이르고 있으며 지국으로 보낸 신문의 11.2%가 멀쩡한 상태로 파지공장으로 직행하는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정위의 조사과정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높은 신문들의 무가지 비율이 4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국에 대해 경쟁신문을 팔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도 신문시장질서 회복에 필요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가전제품을 예로 들면 특정 가전사의 물건만 판매하는 대리점 형태의 신문지국을 양판점 형태로 바꾸자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으나 일부 신문들은 오랜 기간 막대한 판촉비를 들여 판매망을 구축해놓은 기득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고시의 조항이 일부 신문에서 비난하는 것처럼 지국이 무조건 경쟁신문을 함께 팔아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아니라 본사에 대해 특정신문만 팔도록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얼마든지 운용의 묘를 기할 수 있다는 것이 관련학자들의 견해이다.

유한호 광주대 교수는 “막대한 판촉비를 쏟아붓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신문사간 판촉경쟁을 품질경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1신문사 1지국의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며 이제는 생산자가 직접 유통망을 지배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고시안은 규제개혁위의 심의과정에서 몇가지 쟁점에 대한 손질을 거쳐 5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신문고시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당국이 적극적인의지를 갖고 관련업계가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신문고시란 신문업계 불공정거래 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제시한 것이어서 모든신문사와 지국에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으면 편파성 시비를 낳게 된다. 또한 철저한 감시와 처벌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사문화될 우려도 있다.

실제로 97년부터 2년 동안 시행된 신문고시는 무가지 20% 초과금지를 명시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허행량 세종대 교수는 “부당한 광고요구 금지나 무가지 배포에 대한 비율 규정 등 신문고시의 조항들이 선택적으로만 실효성을 지닐 경우 오히려 메이저 신문사들의 독과점을 심화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면서 “신문시장 질서 교란행위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무가지 비율만 규제할 것이 아니라 양도 함께 규제하는 등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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