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통 생선국전문집…‘탱수탕’ 얼큰한 국물에 감기 ‘뚝’

날씨가 흐려 햇빛이 나지 않기라도 하는 날이면 어느새 겨울이 된 듯 바람이 차다. 가을은 본래 짧다지만 올해는 성급한 겨울이 가을을 앞질러 버린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으슬으슬 추워질 때는 뜨끈한 국물이 그립다. 그래서 아귀탕, 추어탕 등 생선국이 맛있다고 해 전부터 봐두었던 식당을 찾아갔다.

   
 
   
 
마산 불종거리 하나은행 옆 골목 안쪽에서 간판이 빠끔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생선국 전문 사돈집. 큰 길을 따라 걷다 그냥 지나치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것 같다. 그렇지만 사돈집이 입소문을 타는 까닭은 30년 세월 때문이기도 하고 손님들이 꼭 다시 찾게 만드는 그 맛 때문이기도 하다.

각종 생선국과 아귀찜도 있지만 사돈집에서 꼭 맛봐야 할 것, 탱수탕이다. 이름이 재미있다. ‘탱수’의 표준명은 ‘삼세기’로, 지방에 따라 영남에서는 ‘탱수’, 강원도에서는 ‘삼숙이’, 전라도에서는 ‘삼식이’로 불리는 바닷물고기다. 몸길이는 30㎝ 정도로 그리 크지 않지만 갈색의 몸에 머리가 울퉁불퉁하고 몸체에도 작은 돌기들이 있는 데다가 등지느러미 위에는 17개 정도의 가시가 솟아있는, 참 못생긴 물고기다. 하지만 육식성 어종으로 동물성 플라크톤은 물론 다른 물고기의 새끼를 잡아먹고 자라 독특한 맛을 갖기 때문에 미식가들에게 인기라고. 어느 지방에서는 고가의 요리재료로 쓰인다고도 한다.

1인분씩 뚝배기에 바로 끓여 나오는 사돈집의 탱수탕은 탱수 한 마리가 통째 들어가 있어 그 생김새 때문에 선뜻 숟가락이 가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탱수탕의 국물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진국이다. 맹물에 탱수와 양념만 넣고 끓여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바닷물고기를 끓여 만든 육수를 쓰기 때문. 여기에 모재기(모자반)와 미나리, 파, 마늘, 고춧가루 등을 넣고 푹 끓인다. 국물이 칼칼하고 시원하다. 겨울감기에, 해장에 그만이겠다.

탱수의 부드러운 살점은 초장에 살짝 찍어먹는다. 가시까지 난 생김새 덕에 별로 먹을 것이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살이 많다. 그리고 탱수탕의 하이라이트, 노랗고 고소한 탱수의 애(간)를 못 먹어 본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다. 탱수는 늦가을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산란기로 지금부터가 제철이다.

사돈집은 30년 전 이순자(71)씨가 문을 열어 지금은 두 딸 이금주(53)씨와 이수빈(43)씨, 그리고 며느리 김자야(47)씨가 그 뒤를 이어가고 있다. 맛의 비결이라면 대를 이은 세월과 어머니와 같은 손맛 아니겠냐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야들야들한 아귀의 살점과 아귀의 애를 삶아 푸짐하게 차린 아귀수육도 별미. 아귀요리가 발달한 마산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요리다. 탱수탕 5000원, 아귀수육 2만원. (055)223-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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