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기자의 마지막 여행

며칠 전 사진부 김구연 선배로부터 꾸중아닌 꾸중을 듣었다. “맨날 좋은(?) 곳만 다니지 말고 돈 안 들이고도 갈 수 있는 곳들을 찾아봐라”며 눈총을 주는 것이었다. 선배의 그런 충고(?)를 무시할 수도 없어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데 선배가 아이템을 툭 던지는 것 아닌가. 카메라를 어깨에 울러메고 도내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닌 선배의 노하우가 가득 묻어나는 아이템. 창원에 있는 호숫가와 산책로, ‘도심속의 쉼터’가 바로 그것이다. 마침 선배가 “니 편집부로 간다며? 마지막이네. 좋은 선물이 되겠구먼”하면서 동행 취재에 적극 응하신다.
참, ‘총각기자의 경상도 둘러보기’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이별을 고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편집부로 인사가 나면서 ‘지면 제작’에 열을 올려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창원의 호숫가와 산책로를 마지막으로 소개하면서 한마디 인사말은 남겨야 할 것 같다. “그동안 관심 가져주신 독자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자, 그럼 도심속의 쉼터, 창원의 호숫가와 산책로로 여행을 떠나볼까요?


◇ 용추저수지와 등산로

차가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걸어서도 좋고, 자전거를 이용해도 재미 있겠다. 가장 먼저 창원대와 도청 뒤편에 있는 ‘용추 저수지’를 찾는다. 평일·휴일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차를 대놓고는 저수지 주위는 물론 등산을 하기도 한다. 이날도 50대가 넘는 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가을 바람’을 쐬러 온 것일까? 아니면 인근의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국수에 막걸리 한 사발을 하러 온 것일까? 의외로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용추 저수지는 화려함보다는 실속으로 표현하는 것이 낫겠다. 지금은 계절이 그런 만큼 계곡은 어울리지 않겠지만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이 한껏 위용을 드러내고, 얕은 뒷산의 등산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다. 짙은 녹음에서 우러나오는 향기를 맡으며 등산하는 기분도 좋지만 저수지를 바라보며 곁에 걸터 앉아 싸온 김밥이라도 나눠먹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도청내의 ‘경상남도 모양연못’

용추 저수지에서 김밥이라도 먹었다면 발길을 돌려 도청 안으로 들어가보자. 도청 광장 한 켠에는 경상남도 모양을 본 떠 만든 연못이 있는데, 갖가지 나무들과 조형물들도 인해 예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300만분의 1로 축소해 옮겨놓은 이 연못은 거제대교와 남해대교는 물론 지리산까지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진양호가 위치한 곳은 고래 조각이, 창원시가 위치한 곳은 평화의 여신상이 대신 놓여져 있다.
머리를 풀어 헤치고는 축 늘어져 있는 수양버들은 물론 소나무와 단풍나무 등 갖가지 나무들도 연못의 운치를 한결 돋운다. 바로 옆에는 시도 때도 없이 피었다 진다는 흰동백이 신비로운 모습으로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장미와 은목서가 가득한 잔디밭에 누워 시집 다섯쪽이라도 읽으면 이보다 더한 운치는 없을 듯.

◇ 창원대 기숙사 앞 호수

시집을 덮고 도청 서문을 통해 은행나무가 늘어서 있는 길을 지나 창원대 정문 왼편에 있는 기숙사(학생생활관) 앞 호수를 찾는다. 한켠에 마련되어 있는 팔각정에 짐들을 내던져놓고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한껏 가을 분위기를 내본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리 몇 녀석들이 사람도 겁내지 않고 뒤뚱거리며 소일거리를 찾고 있다. 마침 여학생 둘이서 오리들에게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주니 이 녀석들 당연하다는 듯이 덥석 받아 먹는다. 군데군데 위치한 벤치에 앉아 자판기 커피 한 잔이라도 기울일라 치면 마침 내려쬐는 햇살에 호수 수면위가 아름답게 출렁인다.

◇ 다양함이 가득한 ‘용지호수’

창원대 기숙사를 빠져 나와 바로 위 사격장에 있는 약수터에서 약수 한 사발을 마시고는 용지호수를 향해 달리면 도지사 관사가 있는 호수 오른편으로 메타스퀘이어 나무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게 장관이다.
호수 위에 둥실 떠 있는 매점에서 따뜻한 어묵 국물 한 사발 마셔도 좋고 갖가지 오리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지압보도 위를 신나게 내달려(?) 보는 것도 좋고, 산에 온 느낌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나 있는 산책로를 거닐어보아도 좋다. 잔디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아도 좋고, 연인 무릎을 베고 누어보아도 좋다.

◇ 창원전문대 안 작은 연못

마지막 장소로 가보자. 용지호수 왼편으로 나오면 메타스퀘이어와는 반대로 노란 은행나무 행렬이 반갑게 배웅을 해준다. 창원전문대에 있는 인공연못은 손바닥만한(?) 크기다. 물이 좀 더 깨끗했으면 하는 느낌이 강하지만 주위를 잘 가꿔나서 나름대로 괜찮다. 바로 뒤편에 학생회관이 있으니 출출하다 싶으면 매점을 이용해도 되겠고 산책로가 잘 가꿔져 있고 군데군데 벤치도 많아 심심하지 않은 산보를 즐길 수 있다. 곳곳에 다양한 나무들이 가득 자리하고 있어 어떤 녀석들인지 알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학교 정문 앞 메타스퀘이어들도 짙은 황토색을 띄며 참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 마지막 보~너~스!

더 많은 호수들이 있지만 여기서 끝내자. 마지막 보너스를 준다면 창원전문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창원 공설운동장에 들러보자. 그리고 ‘만남의 광장’으로 직행한다. 여기서 조촐한 만찬을 갖고 여행을 마무리하면 깔끔한 하루가 될 수 있다. 패스트 푸드점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도 있고, 우동이나 라면 한 그릇을 해도 좋다. 김밥을 먹어도 좋겠지만 용추 저수지에서 김밥을 먹었다면 사양하자. 식후에는 커피 한잔 호호 불며 마시면 저물어가는 하루가 그렇게 풍족하게 다가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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