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중순 경남도는 각종 위원회를 통폐합한다는 발표를 했다. 또 2001년 3월말 현재 위원회내의 19%에 불과한 여성위원 참여비율을 30%까지 상향조정한다는 내용도 덧붙이고 그동안 참여의 폭이 거의 없었던 민간단체의 참여비율도 덩달아 높인다고 했다.(본보 16일자 사회면 보도) 이중 여성관련 위원회의 경우 여성정책발전위원회와 기구는 만들어져있되 유보중인 여성발전기금관리위원회를 통폐합, ‘여성정책발전위원회’라는 단일 기구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로써 그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구나 다름없던 여성정책발전위원회(위원장 권경석 부지사)가 여성정책 개발 및 심의, 그리고 향후 조성될 여성발전기금의 운용 등 제구실을 하게 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정책발전위원회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여성정책 전반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전개되어온 과정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봤다.

▶여성정책발전위원회의 현황

여성정책발전위원회는 지난 1996년 여성발전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경남도가 1997년 만들었다. (상자기사 참조) 여성정책발전위원회 조례 제3조에 따라 당연직 3명(행정부지사·기획관리실장·보건복지여성국장)과 위촉직 14명등 총 17명(2001년 현재)으로 되어있고, 매년 한 두차례 회의를 열어왔다.

위원선정 기준은 ‘여성과 관련한 사회활동 참여경력 및 여성관련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여성정책개발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자’며, 위원회의 역할은 ‘여성의 지위향상과 사회참여확대를 위한 여성정책 개발연구 및 여성문제에 관한 사항 심의 자문’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여성정책 개발은커녕 심의기구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 여성계 및 담당자의 중론이다. ‘여성정책 추진상태에 대한 결과분석 및 당해연도 여성정책 추진계획 점검’을 했다고 도관계자가 밝히고 있지만 분석자료가 정책입안에 반영되었다는 객관적 자료는 없다. 실제 이 위원회는 지난 해만 봐도 여성주간이 끼여있는 7월 한차례 위원회를 열었을 뿐이고, 11월엔 사이버위원회로 대신했으나. 이마저도 위원 개개인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뒤늦게 선정된 민간단체의 한 위원은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한번도 위원회에 참석해보지 못했다. 사이버위원회도 연다는 말조차 듣지 못했다”고 했다.

▶현황의 원인

이처럼 정책개발과 무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에 준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무게가 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남도의 여성정책은 인근의 경북도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현격한 차이가 있다.

우선 경북도 관계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경북도는 96년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된 후 97년 당장 여성정책만을 별도로 전담할 기구인 여성정책개발원(원장 1·연구원 3명)을 설립했다. 경북도나 경남도가 여성인구면에서 볼 때(2001년 1월기준 경남여성인구 153만8000명, 경북 140만3999명) 별 차이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단체장이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느냐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실제 경북여성정책개발원에서 경북도의 여성정책 추진체계를 조사하면서 단체장의 정책추진의지를 높이 평가한 부분이 이를 뒷받침한다.

경북도는 여성정책개발원 외에도 사회복지여성국 여성복지과 여성정책계내에 ‘21세기 위원회 여성정책 분과’를 만들고 여성정책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경남도는 여성정책발전위원회가 있으나 정책수립은 하지 않았으며, 여성관련 사업도 중앙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지역에서도 따라하는 형식밖에 되지 못했다. 여성주간을 맞아 치르는 연례행사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향후 방향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는 여성정책발전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혀 그나마 기대를 갖게 한다. 위원회는 내년께면 여성발전기금 30억원의 운용도 담당하게 된다. 그중 제일 먼저 진행될 사항이 오는 5월 21일로 임기가 끝나는 현위원을 분류, 4월중으로 그동안 활동상이 극히 떨어진 위원에 대해 정리할 방침이라는 것. 그 후 신청자 및 적합한 인물을 물색, 5월 조례개정과 동시에 재구성할 방침이다. 이때 민간여성단체의 참여비율도 20%선(2~3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도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성정책위원회를 명실상부한 기구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별도의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지금까지 추진된 여성정책은 대부분 요보호여성중심의 소극적 정책이어서 이를 복지부문과 일반여성대상으로 구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는 말이다. 여성아동과에서 조사한 2001년 1월 현재의 여성활동인구 현황을 보면 도내 전체여성(153만8000명)중 활동가능한 20세부터 69세까지의 여성이 65%나 되는데도 이 여성들의 경제활동정도, 취업분야, 욕구조사 등 기초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보호대상여성을 모자세대, 부자세대 등으로 세분화하고, 소년소녀가장현황조사 등을 해놓은 상태라서 아직까지 여성과 관련한 정책을 요보호여성중심으로 해왔음을 알 수 있다.(별도 상자기사 참조)

전문가들은 “여성과 관련한 정책이 꾸준히 발전해왔으나 여성부가 신설된 현재까지도 경남은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며 “따라서 이러한 전체적 틀을 재정비하는 것과 아울러 연 1~2회 모임보다 활동폭이 넓어져야 하고, 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사안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검증하는 장치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여성정책 어떻게 발전해왔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관련부서는 1946년의 후생부 부녀국이다. 부녀국은 설치령을 통해 여성의 지위향상과 복지증진 및 사회참여확대를 중요의제로 밝히고 있으나 이것이 중점 의제로 채택되기까지 실로 수많은 세월이 걸렸다.

여성정책이 정부의 중요정책과제가 된 것은 1983년 여성정책개발원과 여성정책심의위원회가 발족되면서였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참여확대를 위한 10대과제가 채택되기까지는 그로부터 또 10수년의 세월이 걸려야했다. 1995년 10대과제 채택, 1996년 여성발전기본법 제정, 1998년 여성특별위원회 설치, 2000년말 여성부승격 등의 과정을 거쳐왔다.

지방정부에서는 부녀국 설치에 따른 1949년 부녀계설치, 1969년 부녀아동과로 승격, 1998년 가정복지국으로 승격 등 담당부서의 지위향상과 정책발전이 있었으나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기 전까지는 중앙정부의 정책지침에 따르는 수동적인 측면이 강했다. 지자제후 각 지방정부별로 여성정책부서를 자율적으로 개편하는 등 여성정책추진을 위한 체제정비와 특색있는 정책을 준비했고, 그중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눈에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경남도처럼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위원회는 구성해놓았으나 실질적인 여성정책관련업무는 행해지지 못한 경우도 있다.



여성정책이란

1983년 여성정책심의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여성정책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정책하면 단순히 여성들이 관심을 갖는 정책이라거나 여성이 대상이 되는 정책이라는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특히 남성들은 더욱 그런 면이 강하다.

여성정책은 여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책이 필요하게 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성이 열악한 지위에 있어서 감내하고 있는 불평등을 해소, 보편적인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여성정책은 남녀가 평등한 사회를 이루려는 포괄적인 국가의 정책이며, 소극적으로는 이에 장애가 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는 것으로 궁극적이고 직접적인 목표는 ‘남녀평등사회구현’이다.

시대별로 보면 80년대 이전의 우리나라 여성정책은 대부분 특정 요보호여성만을 대상으로 치유적 성격으로 진행되어왔다. 80년대 이후는 적극적인 방향이 설정되어 여성의 사회참여촉진이나 남녀평등구현 등이 목표로 제시되고 있으나 경남은 여전히 요보호여성중심의 정책으로 이뤄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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