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뿐사뿐 지친 몸 다듬고 겨울자객 포근한 저녁

아! 가을인가 보다. 주위 곳곳에서는 결혼 한다고 다들 난리(?)도 아니다. 마냥 행복에 겨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서른살 총각기자의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저번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평소 무뚝뚝하고 ‘싸나이’ 기질이 다분했던 대학교 후배 녀석이 “행님, 내 결혼합니데이~꼭 오이소”하는 것 아닌가. 같은 과 커플로 제법 오래 버티는가 싶더니 결혼 한다는 소식에 대견하기까지 했다.
창원에서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혼식에도 들려볼 겸해서 선택한 곳은 창원 동읍 가월리 일원에 있는 ‘주남 저수지’.
매년 가을이면 카메라를 들쳐매고 ‘겨울철새들의 화려한 향연’을 찍기 위해 주남 저수지를 수시로 찾는 사진부 김구연 선배에게서 평소 주남저수지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들을 많이 보아왔기에 언젠가는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선배가 찍어오는 사진 속에 담긴 ‘주남 저수지’의 풍경과 ‘철새들의 자태’는 황홀, 그 자체였기에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저수지를 찾았다. 다니는 버스도 많고 입구에 내려서 사뿐사뿐 걸어오르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아 딱이다 싶다.
이곳 주남저수지 말고도 우리나라에는 철새 도래지로 ‘서산 간척지’가 있다. 서산 간척지는 가장 많은 수의 철새들이 몰려오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곳 ‘주남저수지’가 더 좋은 것 같고 추천하고 싶은 생각도 절로 든다.
이유는? 육안으로 새들을 자세히 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주남 저수지는 서산 간척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새들이 찾는데다가 그렇게 넓지 않기 때문에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는 새들을 망원경 없이도 자세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산 간척지는 너무 넓어서 맨눈으로 관찰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있다. 주남 저수지는 달랑 저수지 하나뿐이어서 새들이 대체로 옹기종기 모여있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종류의 새들을 볼 수 있는 반면, 서산 간척지에는 이녀석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기 때문에 불편하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 있는 ‘주남 저수지’가 ‘왔다!’라는 것이다. 또한 주남 저수지에는 희귀새들도 많이 찾는다.
매년 10월말부터 오기 시작해 11월 중순 이후면 많은 철새들이 주남 저수지를 찾는다고 한다. 평소에도 선배가 찍어오는 새 사진들을 유심히 보며 “이녀석 이름은요? 이녀석은요?”하며 꼬치꼬치 묻기도 했고, 선배 또한 사진 보여주며 설명을 덧붙이기를 좋아했기에 눈에 들어오는 녀석들이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저녀석 이름이 뭐더라…알 것 같은데…”하며 관자놀이를 쥐어박으며 생각을 해내는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물론 그런다고 다 생각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마침 눈에 익은 쇠기러기나 청둥오리 같은 놈들이 눈 앞에 밟히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주남 저수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새는 쇠거리기와 청둥오리 외에도 흰죽지·가창오리, 노랑부리 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넓적부리 오리, 장다리 물떼새 등 무수히 많다. 이도 ‘새박사’인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 또 고니(천연기념물 201호)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고니를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주남 저수지 뿐이라고 한다.
기자가 찾았을 때는 볼 수 없었는데 선배는 장다리 물떼새 얘기를 한참 해준다. 몸통은 어른 손바닥 만한데 붉은 빛 다리가 몸 길이 두배는 되는, 특이한 모양의 새라고 한다. 사진을 보니 까치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왜 내가 갔을 때는 없었죠?”라고 물으니 이녀석들은 오는 시기가 부정기적이고 잠시 쉬었다 간다고 한다.
주남 저수지는 늦겨울이나 이른 봄, 여름에 찾아도 재수가 좋으면 여러종류의 새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해질 무렵에 가면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다. 그러고보니 해가 지려고 하니까 이녀석들이 울어대는 소리로 귀가 따갑기까지 하다. 마치 엄마가 동네 어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부르는 소리처럼 들린다. “얘야, 해진다. 어서 들어온나. 무서운 아저씨가 잡아간다~” 무리지어 보금자리로 들어가는 새들의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집에 갈 생각을 않고 물속으로 머리를 쳐박고 있는 녀석은 뭐하는 녀석인지…. 차가운 물에 머리를 쳐박고 자맥질 하는 녀석을 보니 갑자기 으스스 하다는 느낌이 든다.
떠날 준비를 하고 무리지어 날아오르는 새들도 찍고, 저물어가는 석양을 풍경삼아 카메라에 담는다. 무성해져가는 주변의 갈대들이 또 다른 가을 멋을 만끽하게 해준다.
“선배, 그런데 내가 갔을 때는 새가 별로 없던 것 같은데…”하고 또 불평을 늘어놓으니 지금은 조금씩 들어오는 시기라고 한다. 그리고는 11월 중순 이후, 한겨울이면 장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원고 마감일 전날, 선배의 사진과 비교하는 순간 내가 찍은 작품(?)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다. 선명한 색감, 새들의 역동감, 자연과의 조화…. 모두 뺏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선배, 사진 줘요”라는 말에, “맨 입으로는 못준다”며 웃음짓던 선배는 “지금 위클리에 주남 저수지 소개하면 딱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 그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담으면 평생 잊지 못할거다”고 주남 저수지에 대한 총평을 해준다.
수시로 함께 여행 다니기로 약속한 ‘새박사’ 선배가 거듭 고마우면서, 그만큼 자신있게 주남 저수지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꼭 가보세요. 혹시 우리 선배 만나면 아는척 하시구요. 멋진 기념 사진 한 장 찍어주실거예요”
힘차게 날개짓 하는 새들의 모습 만큼이나 내 맘속의 묵은 생각들을 제법 많이 날려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 여행정보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진영IC로 들어와 창원 방면 국도25호선을 타면 된다. 동읍 본포 입구에서 우회전해서 직진하면 주남저수지에 이를 수 있다. 동마산 IC로 들어오면 39사단을 지나 진영 방면 국도25호선을 이용하면 된다. 동읍 본포 입구에서 이번에는 좌회전해서 직진하면 주남저수지에 닿을 수 있다. 창원역에서는 12km, 동창원IC에서는 4km 거리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별로 불편함은 없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과 창원역 부근에서는 21-5, 6, 68번 버스와 391번 좌석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창원 정우상가나 한마음 병원에서는 92-1번, 창원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는 92-4번, 39사단 앞에서는 391번과 392번 좌석버스를 타면 된다. 저수지 입구에 하차해 도보로 2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멋드러진 풍경을 찍기 위해 카메라는 꼭 챙겨야 하며, 간단한 필기구와 망원경을 챙겨가는 것도 좋겠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역시 무료인 주차시설이 마련되어 있는데 80대 정도 규모다. 저수지를 구경한 후에는 인근 마금산온천이나 창원의 집, 성산패총 등을 둘러보아도 좋다. 아니면 진영 단감이라도 한 박스 사가지고 집으로 가도 되겠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