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려 하면 평지, 지겨워지면 경사...하루 산행 안성맞춤

“어~팔룡산이 행정구역상 창원 아니예요?”
세상에 태어난지 30년이 될 때까지도 기자는 팔룡산(328m)이 창원에 있는 산인줄 알았다. 아마도 ‘창원시 팔룡동’이라는 동네명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때문에 지난주 창원에 사는 대학 선배에게 심한 꾸중을 들었다. “니는 마산에 살면서도 너거 동네 산도 모르고 있었나?”
우여곡절 끝에 그 선배와 함께 팔룡산을 오르게 됐다.
팔룡산은 창원과 마산의 접경지에 있다. 창원과 마산의 경계점을 따라 산자락이 펼쳐지면서 아담한 산을 구성하고 있는 팔룡산은 산의 정상에서 바라보면 여덟 마리의 용이 산 가운데에 위치한 저수지를 중심으로 꿈틀거리는 형세와 닮았다고 해서 팔룡산이라 불리고 있다.
팔룡산의 최대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마산과 창원의 도심에서 가깝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찾기 쉽다는 점이다. 여러 코스가 있지만 본사가 위치한 양덕동에서는 양덕동에 위치한 타워맨션 건너편에서 시작해 서릉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제일 무난할 듯 하다.
근처 가게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과자류와 김밥 석줄, 그리고 음료수를 큰 걸로 한 병 샀다. 물론 물도 빼놓지 않고…. 그런데 선배는 오징어와 맥주캔을 빼놓지 않는다.
산길은 심심하다 싶으면 경사가 가팔라지고, 힘들라치면 또 완만해지는 등 내 마음을 훤히 꽤뚫고 있는 것 같아 왠지 정이 갔다. 나무들이 내뿜는 은은한 숨결과 시원한 산 속의 풍경이 기분을 산뜻하게 해준다. 짙은 단풍이 가득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단풍은 이번주에도 가득 느껴볼 수 있기 때문에 아쉬움은 쉽게 접을 수 있었다.
이곳 팔룡산은 50년 전인 1964년에 도시공원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높이에 비해 완만하고 가파른 굴곡이 반복되면서 오묘한 조화를 이룰 뿐만 아니라 도심에 위치한 산으로서는 경관도 수려하기 때문에 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창원에서 계속 자라온 2살 많은 선배는 팔룡산 등반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했단다. 천주산·비음산·정병산 등 창원에도 좋은 산이 많지만 왠지 팔룡산이 정이 간다고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꽤 많이 알고 있는데, 반룡산이라는 옛 이름이나 농청놀이 등은 익히 들었던 이야기라 별로 새롭지는 않았다.
쉬엄쉬엄 왔는데도 정상까지 한달음에 온 느낌이다. 중간에 퍼질러 앉아 맥주캔을 들이키는 선배 때문에 걸어온 시간보다 앉아서 휴식을 취한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도 시계 바늘이 멈춘 듯 많은 시간을 잡아 먹지 않는다.
좌우로 시원하게 뻗은 남해고속도로와 오밀조밀하게 들어선 자유무역지역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왠일인지 마산만마저 짙푸른 빛깔을 띄며 시원하게 보이는 것은 정상을 밟았다는 기분에서 느껴지는 생각일까? 많이 오염된 마산만의 모습은 떠올려지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팔룡산은 소나무가 참 많은 것 같다. 그냥 들어서있는 것이 아니라 빼곡이 들어서 있어 울창하다는 느낌마저 절로 든다. 소나무의 은은한 향이 코끝으로 스며들어 ‘솔 음료’를 마시는 것처럼 머리 끝까지 시원하다.
팔룡산에도 재미나는 곳이 많다. 서쪽 먼등골에는 한 시민이 계곡을 정비하면서 돌탑을 쌓기 시작해 지금은 700여 기가 넘는 돌탑군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새로운 명소가 됐다고 한다.
그리고 봉암저수지도 빼놓으면 안된다. 물론 산행을 하면 절로 저수지를 경유하게 되지만 저수지 주위에 앉아 가져온 김밥이라도 먹는 재미는 쏠쏠하다. 저수지 바로 위에는 해병대 바위라는 게 있다. 80년대 중반까지 해병대 유격훈련장으로 사용되어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한데서 이름이 붙여진 것인데 높이가 10여m, 폭이 40m 가량 되는 기이한 바위다.
또한 산 중턱에는 암벽등반에 알맞은 삼각형 모양의 직벽, 상사바위가 있다. 그냥 바라만 볼 뿐 감히 암벽 등반은 꿈도 못꿔본다.
나름대로 취재수첩에 팔룡산을 오려며 느끼고 본 감흥을 적는다고 여념이 없는데 선배는 언제 준비를 해 왔는지 포켓에 카세트를 찔러놓고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은체 달콤한 오수에 젖어들어 있다. 얄밉기도 하고 괜히 장난도 치고 싶어져 간식이 들어있는 배낭을 들쳐메고 혼자 내려와 버렸다. 대략 3시간이 걸린 것 같다. 쉬엄쉬엄 올라도 2시간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마도 ‘뻘짓거리’를 많이 해서 그런 모양이다.
근처를 그냥 거닐고 있는데, 산을 마구 내달려 왔는지 휴대전화가 울리면서 선배가 노발대발이다. 겨우겨우 달래며 합성동으로 넘어와 저녁을 먹으며 ‘총평’을 했다. 몸이 좋지 않아 술잔을 기울이지 못하고 선배가 들이키는 소줏잔을 구경만 했지만 절친한 사람과 함께 산도 오르고 저녁까지 같이 먹는 즐거움은 산에서 느낀 감흥만큼이나 포근하게 다가왔다.
“혼자서 내려오는 길도 참 좋더군요. 다음에는 혼자 와야 겠어요”
창원으로 향하는 선배를 배웅하며 한 마디 내던지는 말에 선배는 ‘승리의 V’를 그려보이며 외친다. “다음에도 연락해라. 같이 가 줄테니….”

△여행정보-약수터 거쳐가는 ‘삼성병원 코스’...자유무역지역후문코스는 ‘지름길’

팔룡산은 도심에 있기 때문에 찾기에 힘들지 않다.
등산로는 여러 곳에 나 있지만 일반적으로 동마산 인터체인지에 진입하기 직전 도로변에 있는 약수터에서 시작하는 ‘삼성병원 코스’를 많이 찾는다. 약수터에서 출발, 중봉과 암릉을 거쳐 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그보다 더 쉽고 짧은 코스는 양덕동에 있는 타워맨션 건너편에서 시작해 서릉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자유무역지역 후문코스’다. 오히려 이 코스가 더 재미있고 심심치 않다.
팔룡산의 매력은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여느 산이 다 그렇듯이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멋들어지고 아름답지만 마산시내와 창원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고 봉암저수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담아 낼 수 있어 좋다. 또한 남해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뻗은 모습도, 시원한 마산만도 볼 수 있기에 만족스럽다.
2시간 안팎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는 부담없는 시간도 장점이다.
진주나 부산 등지에서 온다면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 동마산IC로 들어와 삼성병원 코스를 타도 되고, 서마산IC를 통해 마산자유무역지역 후문코스를 이용해도 된다. 부산에서는 창원터널을 통해 봉암교나 창원대로로 넘어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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