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경남지역의 음악계는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음악에 종사하는 음악인들에게는 평년작을 약간 웃도는 성과를 낳은 해였고 수용자인 관객의 입장에서는 여느 해보다 볼거리가 풍부했던 한해였다.



크고 작은 음악회가 끊이지 않았던 마산·창원지역에서만 매주 평균 4~6건의 단체·개인연주회가 있었고 이외에도 김해·진주·통영 등에서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이나 기타 유명음악가들이 공연을 가졌으니 평소 음악에 관심이 있었던 관객이라면 올해보다 좋은 해는 없었다.



나름의 성과 거둔 마산·창원 시향



△시립단체의 성과와 평가 = 마산·창원시립교향악단은 올 한해 전체적인 연주회의 성격에서나 단의 운영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우선 단의 운영면에서 보면 마산시향이 지난해 이동신 지휘자의 영입으로 조직 정비와 함께 새로운 씨앗을 뿌린 해였다면 창원시향은 9년을 넘긴 김도기지휘자의 원숙한 리드가 돋보였고 하나둘 그 결실을 맺어 가는 한해였다.



연주회의 성격에서도 마산시향과 창원시향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마산시향이 베토벤이나 브람스 등 후기낭만파와 고전파 음악을 중심으로 대중성이 강한 연주를 선보였다면 창원시향은 윤이상현대음악제로 대표되는 현대음악으로 강한 실험성에 심혈을 쏟았다.



두 시향이 대중성과 실험성으로 각각 그 나름의 평가를 받았다면 반대로 한쪽은 대중성 부족, 또 다른 쪽은 실험성의 부족이라는 한계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두 시향이 모두 협연자가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특정악기에 치우친 것이나 지역창작음악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산·창원의 시향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한해였던데 비해 마산·창원의 시립합창단 연주는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측면을 찾기 힘들었다. 특히 마산시립합창단은 지휘자의 공백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부지휘자 체제로 정기연주회를 비롯한 각종 연주회를 가졌지만 지휘자 공백을 채울 만큼의 역량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창원시립합창단은 정기연주회나 아파트음악회, 청소년해설음악회 등 다양한 테마로 많은 연주곡을 선보였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괄목할만한 학교 합창단의 성장세



△기악·성악·창작계 = 기악계는 전반적으로 발전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해였다. 마산청소년관현악단을 비롯해 진주·김해청소년챔버오케스트라 등 기악발전의 기초랄 수 있는 단체가 지속적인 활동을 펼쳤고 창원 필하모니 챔버오케스트라나 창원 뚜띠앙상블, 살뤼모앙상블, 마산챔버오케스트라, 아방가르드 앙상블, 진주관악단, 진해챔버오케스트라 등이 정기연주회를 통해 꾸준한 연주력 향상을 보였다. 이들 단체의 성장은 결국 시립단체를 정점으로 하는 기악계의 발전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성악계는 평년을 웃도는 성과를 낳았다. 특히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학교합창단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전반기 청소년합창페스티벌이나 후반기 경남합창제에서 중·고등학교 합창단의 기량향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남여성솔리스트앙상블, 경남남성합창단, 경남레이디싱어즈, 프리모앙상블, 바로크성악연구회 등 소그룹 단위로 이뤄진 기성 성악인들의 활동도 꾸준했다.



이외에 경남오페라단이 창원과 진주에서 무대에 올린 〈라 트라비아타〉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오페라를 통해 지역예술인의 결집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가시적인 성과는 물론 중앙무대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



창작계는 경남작곡가협회를 축으로 젊은 작곡가 그룹인 M&M이 마산·창원의 각종 연주회에 지속적으로 창작곡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이 창작가곡에 치우친 면이 없진 않다. 경남작곡가협회는 지난 10월 창원대에서 열린 현대음악세미나 및 작곡발표회를 통해 신작가곡은 물론 실내악작품까지 함께 발표했고, 작곡가 이건용의 작품세계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지역창작음악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협회 도지부 불협화음 올해도 계속되고



△국악계 = 국악계는 올해도 역시 우울한 한해였다. 3년을 넘겨 계속된 한국국악협회 경남도지회의 일부회원간 불협화음은 결과적으로 경남국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 국악인들의 전폭적인 참여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전국규모의 행사가 각 지부나 주관단체만의 행사로 전락했고, 결국 발전적으로 상호교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가야국악회관(관장 조순자)을 비롯해 마산국악관현악단(단장 김연옥)의 지속적인 활동은 국악단체의 명맥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김해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해시립가야금연주단의 찾아가는 음악회나 목요특별연주회는 꾸준한 연주로 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진주시와 통영시·창녕군에서 열렸던 관광지 전통민속공연이란 이름으로 치러진 진주교방굿거리춤, 고성오광대, 진주·삼천포농악, 진주한량무, 창녕문오장 단오굿, 마산농청놀이 공연은 그나마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외에도 문화마을 들소리를 비롯해 솟대패 사물놀이, 한들 문화예술센터 등의 강습활동과 정기공연은 지역의 침체된 국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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