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하다 무작정 뭔가를 사달라고 떼를 쓰면서 울음보를 터뜨리고 보챈다. 공공장소에서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떠드는 아이에게 주의를 줬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심부름을 시켜도 제때 하지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든 하고 만다.

요즘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 어떤 부모는 무작정 체벌을 가해 아이의 뜻을 꺾기도 하고 우는 아이를 무관심하게 방치하기도 한다. 또 다른 부모는 아이의 말이라면 ‘내 아이 기죽이지 않는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무조건 요구를 들어준다.

아이를 길러본 부모라면 말을 해도 듣지 않거나 막무가내로 보채는 아이와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고민한 경험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평상시는 대화로 해결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가도 막상 그런 상황에 처하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흔한 경험이다.

자녀와 어떻게 대화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경남·창원시 청소년종합상담실에서 ‘자녀의 힘을 북돋우는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테마별로 강의하고 있는 김성숙(36) 상담부장에게 ‘자녀와 대화하는 현명한 방법’을 들어봤다. 상담실에서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93년부터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 개발해 각 지역의 청소년종합상담실을 중심으로 보급하고 있는 것으로 자녀의 연령에 맞는 부모의 역할과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부모로 하여금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 부장은 한마디로 ‘어떻게 자녀와 대화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라는 질문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실제 상담실에 접수되는 다양한 사례를 보면 △부모 스스로는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으면서 자녀가 일방적으로 착하게 살기를 바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거나 △오로지 학습위주의 대화만 하고 실제 아이들이 공동생활에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예절을 가르치는데는 소홀하며 △각 부모별·가정별로 중점을 두는 교육철학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주변상황의 변화에 지나치게 의존해 학습지나 사설학원에 교육을 일임하는 경향이 심한 상태다.

부모 스스로가 어떠한 부모인지 생각해본 뒤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화에 임한다면 올바른 대화의 절반은 이룬 셈이다.

그 다음단계는 부모는 부모자신이 자녀에게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또 자녀는 무엇을 원하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나아가 자녀의 입장에서 그들이 보고 느끼는 그대로의 세계를 이해하는 ‘공감적 이해’의 수준에 이르고, 궁극적으로 자녀를 한 인간으로 존중하며 그의 감정·사고·행동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무조건적 존중’을 할 때 ‘자녀의 힘을 북돋우는 부모’로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지나친 기대나 조급함, 부모의 불안정한 정서로 인한 감수성과 공감적 이해부족, 무조건적 존중의 태도가 잘 발휘되지 않을 경우 부모역할은 힘들어지고 자녀와의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또 자녀가 성장하면서 변하듯 부모 또한 성장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 모든 부모들은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녀들이 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성년기로 나눠 성장한다면 이와 맞물려 부모도 6단계의 변화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가 부모가 되기 전 임신과 출산에 대한 준비단계인 준비하기, 둘째가 2세까지의 자녀와 눈맞추기·잦은 신체접촉 등을 통한 애착을 형성하는 단계인 돌보아 기르기, 세 번째가 자녀의 주장과 고집으로부터 부모의 권위를 세우고 실행하는 단계인 부모의 말 세우기, 네 번째가 초등학생 자녀의 통학지도·과제지도·또래관계지도 등 현실을 설명하고 연결해주는 설명하여 일깨워 주기 단계, 다섯 번째와 여섯번째가 청소년기의 자녀를 존중해 주기와 성인기의 독립시켜 내보내기 단계로 이어진다.

김 부장은 “그 중에서도 세 번째 단계인 부모의 말세우기 단계에서 엄격하게 한계를 정해서 따르게 하고 상벌의 효과를 적용시키고 자녀의 자율적 시도를 믿고 맡기는 등 부모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도움말=경남·창원시 청소년종합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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