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갈대’‘풋풋한 생이가래’ 갈때마다 새로워

<위클리 경남>이 창간 1년을 맞았다. 많고 많은 경남·경북의 여행지 중 깊이 생각하고 고른 곳을 <위클리 경남>에서만 소개한 곳도 50 군데가 다 되어간다. 때론 힘들 때도 있었고, 때론 재미있었던 때도 있었고, 때론 깊은 추억이 묻어나는 곳도 있었다. 1년을 맞아 전임 김훤주 기자(현 자치행정부 기자)와 현 박근철 기자가 ‘다시 추천 하고 싶은 곳’과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다시 소개한다.

“풍부한 볼거리를 기대하면 딱 실망하기 좋은 데가 창녕 소벌(우포늪)이다.” <위클리 경남> 창간 1주년을 맞아 지난 날 ‘자연을 찾아’를 통해 소개한 곳 가운데 다시 추천하고 싶은 데를 골라달라는 부탁을 받고 검색하다 걸려든 글귀다. 소벌은 지난해 11월 2일자 <위클리 경남>에 소개됐는데 실제 소벌을 찾은 때는 10월 27일.
원래 ‘삐딱이’들은 남 안 보는 데를 즐겨 보고 남 안하는 일을 골라 하기에 당시 ‘자연과 쉼터’는 왁자지껄 퍼져 놀기 좋거나, 자동차로 휙 둘러보고 밥 한 그릇 맛있게 먹기 좋은 데보다는 걸어서 가야 하고 보더라도 늘 있지 않고 새로운 감수성으로 느껴야 하는 곳을 중심에 놓으려 했었다.
그렇게 꼽힌 가운데 하나가 소벌이고 지금도 다시 추천하라면 소벌을 으뜸으로 꼽고 싶다. 볼거리야 별 것 없지만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갈대들은 금빛으로 마르며 서걱대다 온몸으로 하얗게 피고 나무들은 한 철 잘 지낸 이파리 보내며 겨울 채비를 한다. 여름 큰물에 잠겼던 풀들은 이미 삭은지라 어느새 속새들 빈틈없이 빽빽하다. 나무갯벌(목포)엔 청둥오리 몇 있고 개구리밥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있다.
생이가래는 아직 풍성하고 고들빼기나 냉이 질경이들은 잡풀 아래 바닥에 푸르게 붙었다. 언덕 위 세 길도 더 되는 나뭇가지에 페트병 걸려 있고 큰물에 떠내려온 허옇고 꺼먼 비닐비닐비닐들 곳곳에 매달려 있다.
멸(滅)을 준비하는 차분함과 처연함이 내비친다. 소벌에서는 그 차분함과 처연함 사이를 헤맬 수 있다. 올 여름 지나서는 가보지 못했지만, 아마 무성한 풀들을 바람이 쓸어서 질서를 잡아 놓았을 터이고 길도 아닌 데를 이리저리 훑으며 생명의 가지각색 모양을 엿보는 재미가 쫀득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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