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봉중 하나인 섬산…일출 담으려 3번이나 올라

가장 기억나는 곳은 남해 망운산. 섬 산 가운데 제주도 한라산과 울릉도 성인봉 다음으로 세 번째 높은 데다. 여기서 하는 해맞이는 웅장하기로 소문나 있다. 새해를 앞둔 지난해 12월 28일자에 망운산과 해맞이를 실었다.
“달라질 것 없는 일상, 그동안 저지른 온갖 일에 대한 아쉬움과 서글픔과 부끄러움을 씻고 욱일승천하는 기세를 빌려 빌붙어 살아온 지난 나날과는 달리 올해만큼은 마음먹은 바를 이루리라 다짐해 보고 싶은 것이다.”
해 뜨는 사진을 한 장 얻고 5분밖에 안되는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지난해 세 차례나 이 산을 찾았다.
12월 22일 처음 찾았을 때는 망운산 기슭 화방사에서부터 어두운 새벽길을 1시간 30분 가량 올랐다. 그러나 구름에 가려 해를 보는 데는 실패했고 25일 다시 찾았을 때는 반대편 노구마을에서 7.5km짜리 시멘트길 따라 산마루 바로 아래까지 차를 타고 갔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먹구름만 보고 와야만 했다. 캄캄한 새벽에 구름이 얼마나 끼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 미리 대비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튿날 세 번째 찾았을 때도 구름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으나 어렵사리 해맞이를 할 수는 있었다. 망운산이 이처럼 사람을 안타깝게 할 때도 있었지만 멋진 월출을 보여주며 발길을 잡아끄는 바람에 길을 잃은 적도 있었다.

<위클리 경남> 창간 이전인 2001년 9월 5일자에 실을 기사를 쓰기 위해 망운산을 찾았을 때였다.
산마루 바로 아래 망운암에 이르렀을 때 노량 앞바다에서 솟는 달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월인천강(月印千江), 달 하나가 천 개 강물을 아로새긴다는 뜻을 다시 깨달았다.
달빛 사진을 찍기 위해 이리저리 자리를 잡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한 번 떠오르고 그만인 해가 아니라, 조금씩 솟으면서 곳곳을 은근히 붉게 물들이는 달빛에 이미 어두워졌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말았다.
달빛 덕분에 길은 보이리라고 기대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희미하게 보이던 길도 숲 속으로 들어가버리니까 아니었다. 전혀 보이지 않았다. 중턱까지는 감각에 기대어 어찌어찌 내려왔지만, 왼쪽으로 틀어 화방사로 내려가는 들머리를 찾는 데서 길을 잃었다.
주머니에 있던 라이터를 밝혔지만 오히려 더 헷갈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다시 불도 끄고 눈도 감은 채 감각을 따라 물소리를 찾고, 온몸이 긁히고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물소리를 따라 골짜기를 더듬어 내려왔다. 집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밤 11시가 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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