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소녀는 폐하의 며느리입니다.”

“아아, 이를 어쩔꼬!”

현종이 탄식하고 있을 때, 기다리고 있던 재상 이림보가 현종과 옥환(양귀비) 앞으로 다가왔다.

“폐하, 무슨 걱정이 있으십니까.”

“통탄스러울 뿐이오!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이 내 며느리라니!”

이림보는 시침 뚝 딴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건 크게 심려하실 일이 아닙니다.”

“심려할 일이 아니라고?”

“황제가 원하신다면 천하 만물이 모두 황제의 것이 됩니다.”

“그대의 말뜻은, 짐이 옥환이를 취해도 괜찮다는 얘기요?”

“그렇습니다.”

“아들인 수왕 이모는 어떡하라고?”

“다른 여인을 골라 수왕비로 삼으면 됩니다.”

현종은 그래도 이림보의 장담이 미심쩍었다.

“대신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요.”

“그건 소신이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어떻게?”

“우선 태진궁(太眞宮)에다 수왕비(양귀비)를 옮겨 혼자 살게 하십시오. 수왕과 따로 떼어놓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명분이 되겠소?”

“수왕비 자신의 뜻이라 하여 일단 수양하는 여도사(女道士:혹은 女方士)로 삼은 뒤 호를 내리십시오.”

“어떤 호를?”

“그냥 태진(太眞)이라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수왕이 왕비와 떨어져 살게 된 데 대해서 불만을 품지 않겠소?”

“위씨(韋氏) 딸을 정궁으로 옮겨 주면 불평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어째서 그렇소?”

“수왕궁 위씨 딸을 수왕께선 가장 사랑하시거든요.”

“그렇다면 다행이오. 모쪼록 짐이 옥환이와 더불어 살 수만 있다면 이상 더 바라는 게 없겠소.”

이림보의 지휘로 옥환은 당일에 태진궁으로 옮겨졌다.

태진궁으로 옮겨진 옥환은, 시녀들을 거느리고 궁중 목욕탕으로 건너가면서 혼자 생각에 잠겼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늘 저녁에는 폐하를 육체적으로도 완전히 녹여놓겠다.’

방중술에 관한 한 자신이 있었다. 더구나 상대가 현종황제라면 그 의미는 컸다.

실상 그 동안 수왕 이모에 대해서는 애정이 없었기 때문에, 비장의 보도처럼 아껴둔 방중술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사용하지 않았다기 보다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게 옳은 표현이었다. 제대로 사용했다가 그 참 맛을 알고는 이모가 놓아주지 않을 경우, 옥환의 그 원대한 꿈은 산산조각 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옥환의 꿈은 일개 왕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황후에서 측천무후 보다 더 매서운 권력자가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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