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한그릇의 설렘, 나이 들어서도 느껴요

평일 점심시간. 그다지 넓지도 않은 식당인데 이미 밥 먹으려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점심시간 밥집에 사람 많은 게 뭐 그리 신기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가 중국음식점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배달시켜서 먹는 것도 아니고(물론 배달도 한다) 중국집에 찾아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이유. 뭘까?

   
 
   
 
창원 남산동 만리성. 평범해 보이는 이 중국집에 남다른 무엇인가가 숨어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주변을 보니 아파트도 있고 기업체도 보인다. 만리성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이 기업체의 사람들이다. 사무실 안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없단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사무실이라 그렇긴 하지만 회사 내에 식당이 있기 때문에 시켜먹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공짜로 밥을 제공해주는 회사 식당을 마다하고 이들이 밥 먹고 쉬기에도 부족한 점심시간을 쪼개 만리성을 찾아오는 까닭은? 먹어보면 안다고 사람들이 한마디씩 한다. 그들이 추천하는 만리성의 메뉴 중 가장 대표적인 것, 쟁반자장면이다.

납작하고 널찍한, 말 그대로 쟁반 같은 그릇에 잘 비벼진 2인분의 자장면이 한가득 담겨 나온다. 큼직큼직한 각종 야채와 쇠고기도 듬뿍 올려져 있다.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칼집 슥슥 난 오징어도 ‘눈맛’을 더한다. 맛있는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다. 이렇게 눈요기를 하고 나서야 젓가락으로 자장면을 돌돌 말아 입에 넣어본다.

아, 이 쟁반자장면이 왜 입소문을 타게 됐는지 알만 하다. 일단 자장이 짜지 않다. 탄 듯 텁텁한 맛도 없다. 맑은 갈색의 자장은 빛깔처럼 담백하다. 또 고소하다. 큼직한 야채와 어우러져서 깔끔하다. 이게 진짜 자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한다.

두 사람이 먹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양이지만 정신 없이 먹다보면 어느새 바닥이 보인다. 배가 불러 젓가락을 놓는다. 어느 손님의 말처럼 “질리지 않지만 배가 불러 더 못 먹는” 쟁반자장면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섭섭하다.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는 맛도 일품요리 못지 않다. 따끈한 밥 한 공기와 김을 잘 비벼 먹는다. 이미 배는 남산만 한데 밥은 자꾸 들어간다.

“여기서 자장면을 만들어 판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자장면 하나에 뭐 특별한 게 있겠어요. 10년의 세월이 담겼을 뿐이죠. 그저 손님들 입맛에 맞게 하려다 보니 오늘까지 온 거죠.” 그저 신선하고 좋은 재료, 정성뿐이라는 주인 최연근(43)씨의 말이다.

만리성에서 쟁반자장면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탕수육,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얼큰하게 만드는 누드짬뽕도 별미다. 쟁반자장면 3000원(1인분), 탕수육 1만원. (055)262-6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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