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천·이성륙 작가 전자책 발간…지난해부터 창원서 출판사 운영…내달 1일 출판 기념 북 콘서트

책상에 잘라둔 색종이가 어지러이 놓여 있다. 곳곳에 직접 그린 그림도 놓여 있다. 한쪽에는 어린이책이 가득하다. 작은 화이트보드에 일정도 빼곡히 쓰여 있다. 그림책 출판사 '콩밭(www.facebook.com/congbaht )' 사무실 모습이다. 다락방처럼 생긴 공간이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작업실에 가깝다. 노순천(35)·이성륙(29) 작가는 지난해부터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가로수길의 커피숍 '래티튜드25' 3층에서 '콩밭'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1년간 창원시 1인 창조기업센터에서 '콩밭' 일을 했고, 지난해부터 커피숍 사장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노순천 작가는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이 녹아든 '창작자 중심의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다며 '콩밭'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성륙 작가도 어릴 적부터 잊고 있던 꿈인 그림책 만들기를 실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창작자 중심의 그림책'은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을 먼저 출간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종이책 유통 구조에서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 비중이 낮아서, 이보다 창작자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더 높이 지급할 수 있는 전자책을 택했다는 것.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만드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도 전자책을 먼저 제작한 이유다.

이성륙(왼쪽) 작가와 노순천 작가가 '콩밭'에서 만든 <별아가씨>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별아가씨>는 전자책으로 나왔고, 종이책으로도 낼 예정이다. 들고 있는 종이책은 더미북(그림책의 가제본)이다. /우귀화 기자

노 작가는 "2년 동안 출판사 일을 해보니 종이책 인세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됐어요. (웃음) 전자책과 종이책을 함께 내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종이책은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2년간 노력한 끝에 '콩밭'에서 2권의 책이 나왔다. 글·그림·음악 등은 직접 만들었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창원시 스마트 모바일앱 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노 작가의 그림책 <하이드 인 네이처(Hide in Nature)>, 지난 15일 이 작가의 <별아가씨>가 나왔다. 노 작가의 그림책은 이펍(electronic publication·전자책 국제표준 단체인 국제디지털출판포럼에서 제정한 개방형 전자책 포맷) 형태로, 이 작가의 그림책은 앱북(Application Book·스마트폰, 태블릿 PC, 개인용 컴퓨터 등 단말 기기에서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실행되는 전자책) 형태로 출간됐다. 이펍으로 된 전자책은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 도서에서 살 수 있고, 앱북은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있다.

색종이를 오려서 제작한 <별아가씨>는 특히 공을 많이 들였다. 이 작가는 지난 2013년 5월 책 작업을 시작해 지난해 말 글과 그림을 완성했다. 3개월 정도는 전자책으로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 가수 '이내'가 내레이션을 하고, 노 작가가 기타 음악을 연주해서 그림책 감성을 살렸다. 앱북의 특징을 살려 화면을 터치하면 그림이 움직이기도 하고, 색깔이 바뀌기도 한다.

이들은 올해 이미 낸 2권을 포함해 4권의 전자 그림책을 낼 계획이다. 작가를 섭외해 둔 상태다. 내달 1일에는 '콩밭' 사무실이 있는 커피숍 건물 지하 1층 '묘지'라는 공간에서 <하이드 인 네이처>와 <별, 아가씨> 출판 기념 북 콘서트도 열 예정이다.

앞으로 '콩밭'의 계획은 뭘까.

이 작가는 "함께 따뜻한 그림책을 만드는 게 참 좋다. 우스갯소리로 100권까지 만들자고 얘기했다"며 밝게 웃었다.

노 작가는 "'마음이 콩밭에 있다'는 표현에서 '콩밭'을 따왔다. 내 마음이 있는 곳에 내가 있어야 좋은 것 아니냐. 콩밭에 몸도 마음도 가 있고자 한다. 예술 작업 하듯이 자유롭게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 자본이 없어서 전자책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문고판 형태의 작은 종이책도 만들 계획이다. <별아가씨>도 종이책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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